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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나물을 가져왔다. 어쩌면 나물이 봄을 데려왔는지 모른다. 나물 캐는 호미소리는 봄을 캐는 소리다.

우리말로 날 것을 그대로 먹는다는 뜻에서 이름 붙여졌다는 나물은 나른한 우리 몸을 일깨워주는 봄의 영양소다. 나물은 수많은 환란을 거치면서 피폐해진 들판에도 어김없이 돋아나 백성들의 먹을거리가 돼 주던 생명의 원천이었다.

삼국유사에도 우리의 봄나물 쑥은 여지없이 등장한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 곰과 호랑이에게 쑥과 마늘을 주며 동굴에서 100일 동안 버티도록 했다는 환웅. 그는 끝까지 견뎌내 사람이 된 곰(웅녀)과 결혼해 단군의 부친이 됐다. 이처럼 쑥은 우리나라의 건국신화와도 결부돼 있을뿐더러 아주 오랜 옛날부터 식용나물로 이용돼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어머니께서 끓여주던 쑥국은 봄철 한때 잃었던 입맛마저 돌아오게 만들었다. 독특한 쑥 향에 된장의 구수한 맛이 한껏 어우러진 봄국은 우리나라만이 간직한 음식문화이리라. 우리나라는 계절에 따라 국과 반찬이 달라진다. 그만큼 식탁이 다양하고 풍성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는 매번 거의 비슷한 음식이 반복되니 얼마나 단조로운가.

봄나물에 대한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은 쑥버무리를 빼고는 말할 수 없다. 싱싱한 쑥을 쌀가루와 버무린 다음 찜통에 쪄낸 쑥버무리는 떡 이상의 음식이었다. 주전부리가 별로 없던 시절이었기에 푸석푸석한 쑥버무리를 한 입 물고 느끼는 감흥은 “….” 이제는 한낱 떡의 한 종류에 지나지 않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세상에 부러움 없었다.

봄 쑥은 대부분의 봄나물이 그러하듯 비타민 A·B·C가 풍부해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며, 칼슘·인·철분 등의 무기질을 보충하는 데도 이로운 영양의 보고다. 쑥의 효능으로는 고지혈증·고혈압 등 순환기계 질환의 예방과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고혈당증 완화, 간 기능보호, 항염증, 진통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어떤 문제의 해결책을 먼 데서만 찾는다.

그러나 우리 몸의 해결책은 항상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뜻한 봄날 쑥버무리, 쑥떡, 쑥부침개 그리고 쑥국으로 입맛을 돋우고 면역력까지 높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제공=진종구 DMZ 생태환경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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