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농업 면적은 다른 나라에 비해 좁다. 이러한 단점을 장점으로 활용한 가족 중심의 소농은 우리 농업을 대표하는 차별화된 경쟁력이기도 하다. 특히 시설재배지는 1년에 2~3회 농사를 짓는 대표적인 집약형태의 영농유형을 띠고 있다.
최근 국내 시설재배 구조는 대형화, 연동화되고 있는 추세다. 구조가 점점 커지다 보니 현장에선 자연스레 비료와 가축분 퇴비 등의 사용량이 늘어났다. 이에 양분이 필요 이상으로 토양에 쌓이면서 연작했을 경우 작물이 자라는데 문제를 일으켰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토양 중 염류 농도는 증가하고 양분의 불균형이 초래되면서 작물의 수량은 줄어든다. 농산물의 품질이 나빠지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농가 청취조사에 따르면 농업인들은 초기 경작시기보다 염류집적 및 연작으로 인한 수량 감소가 최대 50% 이상이라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설재배지에서 주로 나타나는 이러한 염류 집적의 문제를 해결하고 작물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해선 비료 사용량을 줄이는 재배기술이 필요하다. 토양 중 남아있는 비료성분을 작물이 잘 흡수해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촉매제의 역할을 할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촉매제의 일종인 ‘킬레이트제’가 염류집적 문제 해결에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킬레이트제란 게의 집게발이 물건을 잡듯 금속 이온을 잡아 고리모양의 구조를 만드는 물질로, 게의 집게(chela)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된 용어다. 금속 이온과 같은 양이온을 잡는 킬레이트제의 능력은 토양과 양분, 식물체계에서 매우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다. 킬레이트제는 토양입자에 고정돼 있는 양분인 양이온들을 토양 입자로부터 분리시키고, 뿌리 근처로 양이온을 자유롭게 이동시켜 식물 뿌리가 양이온을 잘 흡수하도록 돕는다.
또한 양이온과 결합돼 있던 음이온인 인산 성분의 흡수가 원활히 될 수 있도록 하고,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 이온들이 나타내는 작물독성을 감소시킨다. 특히 시설재배 토양에 킬레이트제를 투입하면 집적양분의 삼투압을 조절할뿐 아니라 특정 양분의 과잉으로 인한 불균형까지 해소해줘 작물을 잘 자라게 해준다.
염류가 집적된 토양에 다른 종류의 킬레이트제 2종을 처리해 실험해봤더니 두 종류 모두 토양에 집적된 양분인 인산, 양이온, 미량 원소 등에 대한 작물의 흡수량을 높였고, 둘 중 한 종류에선 작물 생육량이 30%까지 증가되는 결과를 얻었다. 현장 농가에서도 킬레이트제는 착한 촉매제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보였다. 사용방법도 크게 어렵지 않아 정확한 투입량을 물에 희석해 정식 후 30일부터 수확기까지 1주에 1회 뿌려주면 된다. 현재 이 기술은 일부 시설오이 재배농가에 보급돼 활용되고 있으며, 앞으로 타 작물에도 적용이 가능하도록 계속해서 연구 중이다. 킬레이트제 활용기술은 양분의 토양 집적을 막아 토양오염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토양에 이미 집적된 염류를 다시 양분으로 활용하는 기특한 기술이다.
맞춤형 양분관리와 농경지 토양검정, 농경지 토양·양분 관리기술의 끊임없는 연구개발은 지속가능한 농업환경을 유지하고 보전하는 기반 구축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현장적용을 위한 토양·양분의 종합관리, 농가별 적정 토양 양분 관리기술 개발 등을 통한 녹색기술 실천이야말로 우리 농업을 저탄소 녹색성장의 선두이자 미래 성장 동력으로 거듭나게 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윤순강 농촌진흥청 농업환경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