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은 콘텐츠-IT계의 큰 전환점이 됐던 해로 기억된다. 바로 두 가지 뉴스 때문인데, 하나는 2000년대를 주름잡았던 PDA의 절대 강자 팜(Palm)사가 HP에 인수됐던 것이고, 또 하나는 애플 아이패드의 출시였다. 팜은 어떤 회사였나. 그 당시 PDA 분야에서는 현재의 애플이나 MS와도 같은 존재였다. 2000년 당시 PDA시장의 86%를 점유했었으니 말이다. 팜은 포터블 컴퓨팅의 시대를 활짝 연 기업이었고, 팜 OS를 잘 다룬다는 것은 얼리어답터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러던 팜이 2009년 통신이 결합된 형태의 PDA, 즉,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서면서 0.7%라는 처참한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현재 스마트폰의 원조격인 애플 PDA인 뉴튼이 있었다는 것이다. 1993년 출시된 뉴튼은 현재의 스마트폰과 비슷한 개념으로 출시됐으며, 개인용 포터블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했다. 그러나 시장형성에는 실패하고 만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활용해 시장의 파이를 키워 높은 것이 바로 팜이었다. 그런데 팜은 이제 다시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장에 맥을 못 추고 역사속의 기업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지난 2010년 아이패드라고 하는 태블릿의 출시는 스마트 콘텐츠 유통 및 소비 환경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수많은 언론의 비관, 낙관적인 전망이 혼재된 가운데 선을 보인 아이패드는 이제 우리 생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기기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생활에 국한될 것이라는 일부의 예상과는 달리 경제, 교육, 문화, 군사, 산업 등 실생활의 모든 분야에 있어 태블릿이 활용되고 있다.
왜 애플의 태블릿인 아이패드가 시장을 장악하게 됐는가? 그것은 애플이 수년 전부터 다져온 콘텐츠 시장에 대한 선제적인 전략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애플은 아이팟 개발과 온라인 음원 콘텐츠 마켓인 아이튠즈를 수년간 운영하며 준비해 왔으며,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아이튠즈를 통한 콘텐츠 생산-유통-소비의 선순환 구조를 정립한 이후 애플은 앱 스토어를 출범시키며 스마트 시대를 활짝 열어 놓았다. 2012년으로 돌아와서 3월 7일 드디어 아이패드의 세 번째 버전인 일명 아이패드3가 발표됐다. 사람들은 더 이상의 혁신적 패러다임은 없다는 것에 실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높아진 해상도와 실행 속도는 기존의 포터블 컴퓨팅으로는 불가능하게 생각되던 업무를 가능케 한다.
기술의 발전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정부에서는 아이패드와 같은 휴대용 디바이스를 통한 전자책을 통해 ‘디지털 교과서’ 사업을 개발, 추진 중이다. 이제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스마트폰, 스마트패드가 일반인들의 소비를 위한 소량 유통에서, 공공부문에 있어서의 활용, 대량 소비로 돌아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점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더 새롭고 거대해진 시장이 열리는 상황에서 문화콘텐츠 산업 전체에서도 기존의 콘텐츠 생산과 유통, 소비자에 대한 전략을 재검토해야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경기도에서도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콘텐츠가 미래다’라는 나름의 슬로건을 가지고 도내 콘텐츠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콘텐츠제작·유통 지원, 입주공간 제공, 금융 지원 등 다양한 시책을 추진 중에 있고 특히 2012년부터는 e-book, 스마트콘텐츠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종우 문화산업과 6급 지방행정주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