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손수 운전하고 다니는 사람들은 기름값 걱정이 앞선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기름값을 잠재울 특단의 대책이 요구되고 있지만 요원하기만 하다. 주유소의 눈속임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관계당국의 단속도 아쉽다. 정부는 최근 주유소들이 가격표시판을 보기 쉬운 곳에 비치토록 조치했지만 주요소는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는 소식이다.(본보 24일자 보도)
특히 일부 주유소들은 소비자들이 판매가격을 인지하기 어려운 곳이나 주유소 입구가 아닌 안쪽에 가격표시판을 배치해 운전자들이 기름을 주유하기 위해 차량을 진입했다가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수원시는 지난달 5일부터 9일까지 관내 영업중인 주유소 172곳 중 이용객들이 많은 50곳을 선정, 일제점검에 나서 3곳을 적발해 현지 시정 조치했다.
정부는 얼마전 기름값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고 소비자들의 불만을 수그러트리려고 했다. 그렇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유류세 인하라는 알맹이가 빠졌기 때문이다. 이번 유가 안정책은 유류세 인하라는 실질적인 수단은 제쳐놓고 유통구조 개선에만 초점을 맞췄다. 그러다보니 기름값 인하 효과는 제한적이고 기대에 못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기름값이 안정되지 않는 이유가 정유4사의 과점적인 유통구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 대책안에는 석유 시장에 경쟁을 유도하는 각종 방안이 대거 포함됐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사 과점체제인 휘발유 공급시장에 삼성토탈을 새롭게 참여시킨 것은 과점체제를 깨려는 시도다. 삼성토탈은 6월부터 알뜰주유소용 휘발유를 공급하게 된다.
국내 휘발유 가격은 연초만해도 ℓ당 2천원을 밑돌았으나 지금은 2천원을 넘어섰다. 지난 1월 6일부터 지난 18일까지 104일 연속 상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지금까지의 인상폭은 무려 ℓ당 130원에 달한다. 치솟는 기름값에 서민가계가 휘청거리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도 움츠러들어 경제회복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업계에서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유가대책이 차질없이 추진되더라도 기름값 인하 효과는 ℓ당 80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수 감소가 우려되지만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정률제인 유류세로 거둬들이는 세금도 급증하고 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의 경우 정부가 더 거둬들인 유류세가 1조원이나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