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법안은 국민의 생활과 생계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에 닿아 있고, 국민들이 얼마나 편한 삶을 유지하는가와 호흡을 같이한다. 따라서 정치현안이나 경제현안 가운데서도 특별히 민생법안을 추려보면 왜 ‘민생’법안인지 체감할 수 있다.
우선 일부 의약품을 편하게 슈퍼 등 편의점에서 소비자가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있다.
약사회의 치열한 로비를 뚫은 법안이다. 소비자들이 셔터내린 약국을 원망치 않고 일부 약품이지만 쉽게 구입하는 것으로 국민적 성원이 대단하다.
또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국회의원의 몸싸움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도 있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여야가 본회의장에서 최루탄까지 터트리며 해외뉴스에 등장했던 망신을 기억하는 국민들은 이 또한 반겼던 법안이다. 특히 민생법안 가운데는 수원에서 발생한 엽기적 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112전화 추적에 관련된 법안도 포함돼 있다. 워낙 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사건이어서 관련법안의 통과를 모두가 손꼽아 기다렸는데 허망할 뿐이다.
이런 법안을 비롯해 소위 민생법안 60여건이 고스란히 사장될 위기에 몰렸다. 여야가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로 여겨지는 24일, 몸싸움방지법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을 벌이더니 본회의조차 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번 폐기된 법안은 관련 법률의 충돌과 함께 되살리기가 극히 어렵다는 것은 국회의원 본인들이 잘 알고 있다.
국회의원의 최우선 책무이자 보람은 국민과 국가를 위한 법안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도 민초들의 안전을 지키고, 아픔을 헤아리며, 그들의 삶을 보듬는 민생법안이라면 부언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회의원, 더욱 정확히 말해 18대 국회의원들의 임무해태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욕지기가 치밀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까지 시간은 있다. 18대 국회의 임기가 5월말까지로 아직 한 달이 남았기에 그렇다.
여야는 각종 잡음으로 점철됐던 18대 국회의 마지막이나마 국민에게 봉사하는 정신으로 정치일정에 합의해야 한다. 지난 총선 때 국민우선을 외쳐대던 그 심정으로 국민을 위한 입법활동에 충실히 나서야 한다.
또 19대 국회 등원에 실패한 국회의원들의 성실한 마지막 봉직을 기대한다. 연말 대통령선거때 표를 찍을 손들이 지켜보고 있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