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에서 일할 새 일꾼을 뽑아 놓은지 채 20일도 지나지 않아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새삼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전체의석 300석중 거의 절반인 49.7%가 신인들로 채워졌다. 이는 절반가량의 국회의원이 18대 국회에서 활동하던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얼마 남지 않은 18대 국회가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실망감이 19대 국회로 이어질지 우려스럽다.
여야가 몸싸움 방지법으로 불리는 국회선진화법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24일 본회의를 열지 못했다. 이 바람에 59개 주요 민생법안 처리도 무산됐다. 여야는 추가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몸싸움 방지법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차로 인해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18대 국회가 이대로 막을 내리면 각종 민생법안을 포함해 6천 건이 넘는 법안이 폐기된다. 폭력으로 얼룩진 18대 국회가 ‘불임 국회’라는 오명까지 더할 가능성이 커졌다.
18대 국회가 임기인 다음달 29일까지 본회의를 열지 않고 종료될 경우 미처리 법안은 6천639건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1만4천724건의 45%로, 16대 26.4%, 17대 40%에 비해 높은 역대 최고기록이다. 국방개혁법과 북한인권법 등 여야 간 입장이 다른 쟁점법안과는 달리 방망이만 두드리면 되는 민생법안들이다. 이런 법안들이 자동 폐기되면 19대 국회에서 모든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더구나 19대 국회는 오는 5월 30일 시작되지만 과거의 경험에 비춰보면 언제 국회가 정상화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국회의장과 상임위원장 선출 등 원 구성 문제를 놓고 여야가 심하게 대치할 경우 국회 문을 여는 과정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19대 국회의 문이 열리더라도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기 싸움으로 파행을 거듭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18대 국회가 이대로 끝나선 안 된다. 미처리 법안 가운데 미뤄서는 안 될 중요한 민생법안이 수두룩하다. 감기약 등 가정상비약을 쉽게 살 수 있게 하는 약사법 개정안, 수원 살인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112 신고접수 후 본인·신고자 동의 없이 경찰이 위치추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위치정보보호법 개정안 등 국민 생활에 직결된 법안들은 19대로 미뤄선 안된다.
국회를 열지 않을 작정이라면 한 달여의 세비부터 반납하고 국민의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따가운 눈총이 분노로 변하기 전에 18대에서 처리할 수 있는 과제는 깔끔하게 마무리해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