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이른바 ‘임종노트’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임종노트는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무연고자들이 스스로 적은 것으로 장례절차 유품 처리 방법, 매장 장소 등을 스스로 기록해 놓는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에서 무연고 사망자가 연간 3만2천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일본은 혼자 사는 단신 가구가 30%를 넘어섰다고 한다. 오래전 이웃에 관심을 갖는 지역 공동체가 해체된 오늘에는 사후 장례를 치러주거나 슬퍼해 줄 이웃도 없어졌다. 따라서 자신의 죽음 이후를 자신이 대비해야 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 일본이다.
자신이 죽고 난 뒤 한낱 쓰레기처럼 불에 태워져 ‘처리’되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본 뿐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족 없이 홀로 외롭게 죽음을 맞는 ‘고독사’가 매년 1천명씩 늘고 있다. 죽은 뒤에도 연락할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시신을 인수하지 않는 ‘무연고 사망자’는 도시에 압도적으로 많단다. 도내에서는 지난 1970년 3.7%에서 2000년 15.5%, 2010년 23.5%로 늘고 있다. 이중 대부분이 노인이다. 홀몸노인들은 정서적 고립과 우울감으로 ‘고독사’의 위험이 커서 더 많은 관심과 돌봄이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까지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절차는 사망접수 후 의료기관에서 사망진단서를 발급하면, 경찰서에서 신원확인과 사망자 인도 절차를 거치게 되고 마지막으로 지자체에서 매장 또는 화장 후 봉안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생전에도 외롭고 힘들었을 무연고 사망자들이 장례 의식조차 없이 서두르듯 매장 또는 화장되는 모습이 보기에 안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현행 제도가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까지도 쓸쓸히 이승을 떠나게 해야 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가 홀몸노인과 노숙자 등 무연고 사망자들의 마지막 길을 돌보는 사업을 추진한다.
도는 현행 제도를 보완, 종교단체와 함께 별도의 장례의식을 지원하는 ‘무한상조’사업을 4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두고두고 복 받을 일이다. 도관계자의 말처럼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성 보호를 위해서라도 이들의 장례의식은 필요한 것이다. 도는 시군별 무한돌봄센터와 지역병원, 종교기관 등과 협력관계를 맺고 시군별로 무한상조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권장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지난 19일 구리시 홀몸노인 방모(74) 할머니의 장례 미사가 인창동 주민센터와 파출소, 인창동성당, 시·도 관계자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바 있다. 죽음에서조차 소외된 이웃들이 없도록 노력하는 관계자들의 노고를 격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