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홍삼의 전성시대다. 2005년에 4천억원이었던 홍삼시장이 2011년에는 연 1조4천억원으로 6년 새 무려 350%나 증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증가세는 계속돼 2015년에는 홍삼과 홍삼가공식품을 합한 시장규모가 무려 6조원대에 이르리라는 농림수산식품부의 전망치도 나왔다. 한집건너 홍삼을 먹고 있다는 것이 결코 과장된 이야기가 아닌 듯하다. 홍삼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들은 홍삼의 재료로 원삼(인삼)을 확보하는데 비상이 걸렸다. 실제 중국이나 북미쪽에서 수입되는 인삼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고, 인삼밀수사건이 적발되기도 했다.
한약으로서의 홍삼이 이처럼 대중적으로 광범위하게 사랑받는 것은 한약을 다루는 한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 일단은 대단히 환영할만한 일이다. 국적불명의 건강기능식품이나 비타민과 미네랄제제를 제치고 오랜 세월동안 우리 민족의 건강에 큰 역할을 해온 홍삼이 이제 그 약효에 걸 맞는 대접을 받게 된 것 같아 뿌듯한 마음까지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홍삼의 인기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아니 오히려 걱정과 안타까움을 떨쳐버리기 어려운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문제는 홍삼이 일상적으로 먹을 수 있는 식품이 아니고 약이라는데 있다. 한의학에서 인삼은 그 약성이 비교적 강한 편에 속하기 때문에 처방에 특히 신중을 기해야 하는 약재로 분류하고 있다. 홍삼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인삼을 찌고 말리는 과정에서 그 효능은 향상되지만 인삼이 가진 약성이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홍삼이 인삼과는 달리 누구나 먹을 수 있고 장기간 복용해도 무방하다고 하는 것은 이윤추구를 위한 거짓광고일 따름이다. 모든 사람에게, 어떠한 병증에도 맞는 만병통치약은 없다. 때문에 이러한 인식이 간과된 홍삼시장의 확대는 분명 재고돼야 한다.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한의원을 방문한 고3 수험생. 건장한 체격에 얼굴은 붉고 여드름이 얼굴뿐 아니라 등과 가슴까지 촘촘히 나 있었다. 가슴이 뛰고 잠을 못자고 집중력도 저하됐다고 한다. 모두 공부로 인해 떨어진 체력을 보충한다고 장기간 체질에 맞지도 않은 홍삼을 먹으면서 생긴 증상이다. 폐경기에 이른 중년의 여성이 갱년기 증상을 없애겠다고 홍삼을 장복한 결과 두통, 질출혈, 혈압 상승, 유방의 팽만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흔히 보게 된다. 평소에 몸이 찬 사람도 피로가 누적되고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전체적인 컨디션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몸의 상부로 열이 뜨는 허열상태가 될 때가 많은데, 이 때도 홍삼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
누구에게나 좋은 약은 없다. 약은 체질에 맞게, 병증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사상체질에서 보면 홍삼은 몸이 냉하고 수척하며 소화기가 안 좋은 소음인에게 잘 맞는다. 물론 소음인이라고 무작정 좋은 것은 아니다. 사상의학을 창시한 이제마선생의 ‘동의수세보원’을 보면 소음인을 위한 처방목록에 인삼(홍삼)이 들어간 것은 반이 채 되지 않는다. 홍삼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에너지를 보충해주며 입맛을 좋게 하고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킨다. 하지만 이는 체질과 병증에 맞게 올바로 처방됐을 때의 얘기다. 홍삼이 체질에 맞고 증상에 부합된다 해도 무한정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중의 그 많은 홍삼제품 어느 것도 복용량과 복용시기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그들 나름대로의 연구를 통해 홍삼을 건강식품으로 복용할 시 하루 2g 이내, 3개월의 복용기한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규정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약일지라도 그것이 필요이상으로 남용되는 경우 건강을 해치고 비용을 낭비하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홍삼은 늘 먹어 좋은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복용해야 하는 약이다. 체질에 맞지 않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노인, 어린이, 가임기 여성, 임산부, 모유 수유 중인 여성의 경우 복용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고혈압이나 아토피, 천식, 피부소양증, 혈액의 응고가 필요한 수술 전후의 환자들은 홍삼의 복용을 피해야 한다. 건강을 위하려다가 건강을 해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성성윤 인천 푸른솔 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