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계속 헛발질을 하고 있다. 희대의 살인마 오원춘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조금만 사건에 충실했어도 죽음만은 모면할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살하기 위해 가출한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집안 수색을 제대로 하지 않아 결국 두사람이 숨졌다.
지난 1일 발생한 20대 여성 피살사건에서 피해자의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가택수색을 부실하게 해 범인에게 피해자를 살해할 여유를 준 것과 비슷한 경우다. 이번에도 수원 중부경찰서였다. 경찰은 지난 28일 낮 12시42분쯤 오모 씨와 가출신고된 주부 최모 씨가 수원 팔달구 모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돼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오 씨의 딸은 오 씨가 화장실 출입문 가스배관에 목을 맨 상태로, 최 씨는 안방에 이불이 덮인 채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오 씨는 내연관계인 최 씨를 목졸라 숨지게 하고 자신도 자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문제는 이 집에 이미 27일 새벽 경찰관 두명이 “가출해서 자살할 것 같다”고 신고된 최 씨를 찾기 위해 방문했었다는 것이다. 당시 경찰은 오 씨의 딸의 방문만 열어보고 안방 문은 열어보지도 않은 채 돌아갔다고 한다. 최 씨의 남편은 “오 씨 집에 가서 어떻게 안방도 확인하지 않을 수 있느냐, 제대로 확인했으면 아내가 죽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경찰에 항의했다.
오 씨의 딸은 27일 오전 7시15분쯤 출근하는데 안방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이 이날 새벽 1시42분쯤 오 씨의 집을 방문했을 때 최 씨는 아직 살아있었다는 얘기다. 그때 경찰이 안방 문만 열어봤어도 두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 오 씨는 유서에 “어제 경찰 왔는데... 신고를 받고 왔으면 조사를 하고 가지”라고 썼다. 경찰이 제대로 수색을 하지 않은 것을 원망하는 투였다. 경찰의 안이한 근무태도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
경찰의 부실한 업무수행으로 경찰 수뇌부가 사퇴하는 마당인데도 일부 일선 경찰관들의 업무태도는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는 ‘국민의 생명, 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범죄의 예방, 진압 및 수사’를 경찰의 가장 중요한 직무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관들의 교육과 근무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똑같은 실수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경찰은 채용과 교육, 포상, 징계, 승진 등 모든 시스템을 다시 점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