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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표절위에 대필

외신은 한국을 ‘표절 천국’이라고 비웃는다. 시카고 트리뷴은 새누리당을 탈당한 문대성 국회의원 당선자의 IOC위원 자격을 문제삼고 “IOC는 결코 반칙을 허용하지 않으며 이같은 규칙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 당선자가 다른 이의 논문을 수십장 표절했으며 오타까지 그대로 옮겨왔다”며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문대성 당선자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한국 사회에 만연된 표절은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들다. 19대 총선 여야 당선자 가운데도 문 당선자외 4~5명이 논문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이들의 표절 의혹 대부분은 누가 보아도 베낀 것이 분명할 정도로 오류나 실수가 아닌 고의적 냄새가 확연하다. 정치권뿐 아니라 학계와 가요계의 표절은 관행이나 현행법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

학계는 해석의 차별성, 연구방법의 차이, 실험의 확대 등의 미명아래 선후배들, 나아가 제자의 논문까지 베끼고 있다. 박사논문이 이지경이니 석사논문이나 학사 졸업논문은 누가 짜깁기를 잘하느냐의 스킬(기능) 경연에 지나지 않다는게 대학가의 한탄이다. 가요계는 그동안 공연윤리위원회가 표절을 심의하면서 2소절 이상이 유사하지 않으면 표절이 아니라는 애매한 판정 속에 표절관행을 키워왔다. 1999년 표절심의 권한이 법원으로 넘어갔으나 이런 관행은 바뀌지 않다가 최근 인기가수 이효리 씨에게 자신의 창작곡이라며 표절곡을 판 작곡자에게 법원이 징역 1년6개월의 철퇴를 가해 법원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표절은 그래도 자신의 노력이 가미된다는 측면에서 대필(代筆)에 비해 그나마 이해가는 부분이 없지 않다. 대필은 그야말로 논문을 ‘날로 먹는’ 파렴치한 행위다. 대학가 주변에는 논문 대필이 전문적인 꾼들이 도사리고 앉아 학사, 석사, 박사 그리고 논문의 난이도에 따라 돈을 받고 대행한다고 한다. 이들의 주요 고객은 나이 들어 석·박사의 명예를 얻고자 하는 사회 저명인사들이다. 그러다 보니 수사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 산하 기관장, 정치지망생, 지역 유지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대학졸업후 10~30년의 학업단절을 겪은 이들이 고도의 학문영역인 박사급 논문을 제대로 쓰기는 초인적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한게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중년의 나이에 박사모를 쓴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데, 이는 학위보다는 그들의 눈물겨운 노력에 대한 예의에 방점이 찍혀 있다. 표절이 타인의 영혼을 훔치는 행위라면 대필은 영혼이 없는 행위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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