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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구는 일종의 편의점이자 음식점이고 만물상이며 사교클럽이었다. 1970~1980년대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에 다녔던 중년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주로 학교 앞에 자리 잡은 문방구는 어린 눈으로 보기에 ‘없는 것이 없는’ 만물상이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준비물을 잊었어도 문방구에 들리면 이미 주인아저씨가 준비물을 챙겨놓았고, 돈이 없으면 ‘신용거래(?)’도 가능했다. 좁은 평수였지만 고사리 손들이 필요한 것은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편의점이었다는 기억이 새롭다.

하교 길이면 문방구는 간이음식점으로 변모한다. 수업을 마친 후 출출한 배를 부여잡고 집으로 향하던 악동들은 떡볶이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바지춤에 숨겨두었던 용돈을 기꺼이 꺼내들었다. 알록달록한 값싼 간식과 호기심어린 눈을 자극하는 장난감들이 널려있어 문방구를 그냥 지나치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물론 코흘리개들의 용돈이 너무 뻔한 시절이어서 초저가의 간식들이 자리잡다보니 ‘불량식품’의 온상으로 지탄받기도 했다.

또 이곳에서는 새로운 만남과 약속들이 자연스레 이뤄지기도 했다. 저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가 헤어진 동무를 이곳에서 만나 놀러가기 위한 팀을 꾸리기도 했고, 축구시합을 위한 대진표가 논의되기도 했다. 중고등학교 앞의 문방구는 또 하나의 중대한 임무를 수행해 학생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이곳에서 교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했던 교표나 학년 배지 등을 팔았기 때문이다. 빨래한 후 무심결에 나섰던 학생들은 호랑이선생님이나 선생님보다 더 무서웠던 선도부의 날카로운 눈총을 피하기 위해 떨어진 교표 등을 구입해 부착한 후 위기를 넘겼다.

이렇듯 아련한 추억이 서려있는 ‘문방구’가 퇴출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1999년 2만6천986개였던 전국의 문방구가 2009년에는 1만7천893개로 30% 이상 급감했다. 이는 문방구의 주요 품목이었던 학습준비물과 장난감 등을 대형마트나 인터넷에서 문방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최근 교육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들이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학습준비물을 싼 가격에 일괄 구입해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준비물 없는 학교 만들기’ 정책도 한 몫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시간이 갈수록 이 같은 추세는 확대될 전망이어서 문방구가 생존할 공간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합리성과 효율성, 편리성 등의 이름으로 또 하나의 추억이 사라지고 있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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