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도로를 질주하던 사이클선수들이 봉변을 당했다. 화물트럭 운전사가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를 시청하며 운전하다가 여자 사이클 선수단을 덮쳐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1일 오전 9시50분쯤 경북 의성군 단밀면 낙정리 25번 국도에서 25t 트라고 화물트럭(운전사 백모 씨·66)이 선수들을 지휘하던 스타렉스 승합차를 추돌한 뒤 사이클 선수단을 덮쳤다. 이 사고로 상주시청 여자 사이클 선수단의 박모(25), 이모(24), 정모(19) 양 등 3명이 숨지고 김모(20) 양 등 선수 3명이 다리·늑골 골절상을 입었다.
상주시청 선수단은 지난해 아시아사이클선수권대회 단체 우승, 올해 3·1절 기념 도로사이클대회 단체 우승 등을 차지하는 등 국내 여자사이클 실업팀 중 최강이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화물트럭 운전사 백 씨는 DMB를 시청하다가 운전부주의로 사고를 낸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밝혀졌다. 운전중 휴대전화 통화나 DMB 시청이 음주운전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지만 이렇게 대형사고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요즘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차안에서 운전중 전화가 왔을 경우 여러단계를 조작해야 통화가 가능한 스마트폰의 특성 상 운전에 얼마나 많은 지장을 초래하는가는 누구나가 경험했을 것이다. 운전중 DMB 시청도 운전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많은 운전자들은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진 ‘운전중 DMB 시청’을 금지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으나 실효성은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도교법 개정안에 ‘운전자는 자동차 등의 운전 중에는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을 시청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조항을 넣었다. 그러나 처벌 조항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 검토 과정에서 삭제됐다. 이때 법적 장치만 제대로 만들어졌어도 대형사고는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DMB를 보면서 운전하면 전방 주시율이 50.3%로 만취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1% 상태에서 측정한 전방 주시율은 72.0%다. 지난해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 원인의 약 54.4%가 전방주시 태만이다. 손보협회는 법 개정 여론을 조성하려고 거리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일본과 영국, 호주, 미국 등에서는 DMB 시청 금지규정을 어기면 범칙금을 물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