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과 민주주의를 입에 달고 살아오던 진보의 실체가 드러났다. 통합진보당의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과정에서 광범위한 투표 부정이 사실로 확인된 것은 가히 충격적이다.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은 2일 기자회견을 통해 “비례대표 후보 선거가 선거관리 능력 부실에 의한 총체적 부실, 부정선거라고 규정한다”며 조사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과거 자유당 정권이나 군사독재 정권 시절을 연상케하는 ‘부정선거’가 저질러졌다니 경악스럽다.
도덕성을 지고지순(至高至純)의 가치로 표방하는 진보정당의 자체 조사 결과라는 게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이정희 공동대표가 지난 3월 서울 관악을 야권연대 경선 여론조사 조작 파문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부정선거 문제가 발생해 통합진보당은 사면초가의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당의 존립근거조차 위태로운 상황에 몰렸다.
통합진보당을 향한 비난 발언이 거세지고 있다. 야권통합의 당사자인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3일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 경선에 대해 “당내의 기본적인 선거에 그렇게 큰 부실과 부정이 있었다는 것은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민주주의는 최소한의 절차에 공정성과 민주성이 확보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다른 모든 문제들이 그것을 토대로 이뤄진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권도전을 선언한 김문수 경기지사는 3일 “이런 것들보다 진보당들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종북파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YTN라디오 ‘김갑수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단순히 비례대표 경선의 문제라기보다도 근본적으로 이 분들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모든 민주주의 절차를 부정하는 그런 사고와 행태를 보이는게 더 큰 문제”라고 질타했다.
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는 대선승리를 통한 정권교체의 유일무이한 방책으로 삼고 있는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 향배에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총선을 통해 외연이 확대된 진보세력의 지지기반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3일 “4·11 총선 비례대표 온라인 투표 관리 부실, 현장투표 관리 부실과 부정 투표는 심각한 잘못으로 국민 여러분과 당원 여러분께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온라인 투표의 안전성을 보장하지 못했고 부정투표 환경을 이뤄낸 현장투표 관리 부실에 책임을 통감한다”며 이같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