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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내 인생 제2의 봄날

 

경기도인재개발원 제 11기 핵심리더과정에 입교한 지 60여일이 됐다. 입교희망자가 많아 경쟁률이 치열했던 만큼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았고 만사형통한다던 신년운세가 맞아 떨어진 듯해 신바람이 났다. 교육을 신청한 계기는 평소 자기개발과 역량증진에 교육의 필요성과 효과를 실감하고 있었고, 두 번째는 팀워크와 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해 조직의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팀장의 중요한 책무인데 역부족이라는 자각, 세 번째는 엄마·며느리·아내의 역할만이 아닌 ‘나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는가’라는 물음 때문이었다.

교육과정은 공직관 및 정체성확립, 직무과정, 리더십역량, 자기개발 및 소양과정, 현장학습 등으로 구분해 참여식 및 강의식으로 진행됐다. 2주간의 합숙과 자기변화 촉진훈련을 통해 70명의 교육동기생은 자연스럽게 친구가 됐고, 무료할거라는 공직자의 선입관을 깨고 ‘핵심리더의 역할과 자세’를 전문 강사 못지 않게 강의하며 공직자의 자긍심을 보여준 행정부지사, 한국에 태어난 것이 행복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지던 과학기술 및 청정에너지 현장학습, 경기도 바로알기나 성장전략 등을 통해 선진도민이라는 우쭐함이 생겼다.

문맹의 아픔을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지속적으로 시도하지 못했던 외국어시간이 매일 한 시간씩 배정되고 ‘건강을 잃으면 모두를 잃는다’는 것을 통감할 40대 중반이면서도 생활화하지 못했던 운동도 매주 2시간 이상 하고 있으며, 학창시절 부잣집 아이들이나 가능했던 드럼이나 댄스 같은 취미활동도 매주 하고 있다. 강인한 남자들도 군대시절 이후 처음 해본다는 40㎞ 야간행군을 거뜬히 마치고 희망을 실어 날려 보내던 각양각색의 풍선, 생선회와 소주를 곁들인 하조대에서의 아침밥상은 힘들 때마다 꺼내보는 아름다운 추억이 되리라.

공식적인 교육과정 소개는 이쯤 하고 나의 개인일상은 어떠한가? 사춘기가 막 무르익던 17세에 청주로의 유학, 낯선 도시생활의 걱정보다 눈뜨자마자 시작되던 엄마의 잔소리로부터 해방된다는 기쁨이 앞섰던 자취생활, ‘엄마가 뿔났다’의 주인공 김혜자의 분가를 100%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22년간의 결혼생활, 꿈꾸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아이들의 대학입학과 기숙사 입소, 남편의 세심한 배려와 이해가 적극적인 지원군이 돼 세대분가를 했다. 6시에 알람이 울리면 교육원까지 도보, 체력단련실에 가서 런닝머신, 훌라후프, 헬스기기 등을 이용해 1시간 운동을 한다. 덕분에 평생 빠질 것 같지 않던 아줌마뱃살이 쏙 들어가서 젊은 아이들이 즐겨 입는 들러붙는 청바지도 하나 샀다. 5시까지 정규 교육과정이 끝나고 월~수요일까지 3일 간 토익특강을 2시간 더 듣고 도보로 귀가한다. 파장재래시장에서 3천500원이하의 저렴한 저녁을 먹고 집에 가면 반갑게 맞이해주는 룸메이트와 정겨운 수다, 책을 읽거나 컴퓨터서핑을 하거나. 목요일엔 사람들 만나 소주도 한잔, 특별한 귀가사유(중대한 경조사)가 없는 한 주말에는 공연문화 즐기기 또는 기차여행 등. 자타가 공인하는 복 터진 핵심리더교육생. 본전을 제대로 뽑으려면 터진 박 안의 보물에 만족하지 말고 박씨를 심고 가꿔야 하지 않을까.

들어오시는 강사님이나 선배기수의 충고 ‘한 가지만 건져라’라고 말한다. 오늘 저녁 토크쇼에서 본 혜민 스님의 말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타인은 내게 관심이 없고, 사람의 판단기준은 지극히 개인적이라 남이 나를 모두 좋아할 수 없으며, 내가 행복해질 때 주변도 행복해진다. 고로 남에게 보이기 위한 인생이 아니라 내 뜻대로 인생을 살아라”는 이야기. 하마터면 허송세월 할 뻔 한 교육 기간 동안 “자기를 바로 보라”는 성철스님의 메시지 하나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내일은 파워포인트 연습도 해야 하고 논술시험 예비답안도 작성해야 하고 토익리스닝 예습도 해야 하고, 원장님, 교육과정 너무 힘든 것 아닙니까!

/윤미자 안성시 고삼면사무소 지방행정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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