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도시 고소득 가정 식탁에서는 진귀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노부부는 식사 후 블루베리를 30알씩 세어 나눠먹고 안경 쓴 손자에게는 눈 건강을 위해 어렵사리 구한 과실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다. 과실이 기호품이 아니라 영양제로 취급받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블루베리는 여름에 수확되는데 ㎏당 3만원 정도로 다른 과실에 비해 많이 비싼 편이고, 시설재배로 봄에 수확되는 블루베리는 13만원까지 해 농촌에선 황금작물로 불리고 있다. 도시의 식탁과 농촌 들녘에 블루베리 열풍이 세차다.
블루베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타임지에서 슈퍼푸드로 소개되면서부터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과실이다. 인디언들이 야생과실 및 생약으로 즐기던 북미지역 원산 과수로 딸기보다 4~5배 높은 안토시아닌 성분은 노인성 백내장과 당뇨병성 망막증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혈액순환과 시각기능 개선에도 아주 좋다.
안토시아닌 외에도 카테킨 등 다양한 페놀 화합물과 미네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살아있는 영양제로 불릴 만하다.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등에서는 블루베리에 함유돼 있는 성분을 추출해 의약품으로 사용하고 있을 정도이다. 생과를 하루 20~30알씩 3개월 이상 지속 섭취하면 블루베리의 뛰어난 기능성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다른 과실에 비해 가격이 높아 선진국에서도 고소득계층에서 주로 소비되고 있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과실의 종류는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르다고 하는데 블루베리는 고소득 계층이 선호하는 기능성 과실의 대표주자이고, 이 때문에 앞으로도 수요는 계속 늘 것임이 확실하다.
우리나라에도 블루베리와 사촌격인 나무가 자생하고 있는데 월귤나무, 정금나무, 산앵도나무 등이다. 북한의 특산품이 들쭉술의 원료인 들쭉나무도 블루베리의 일종이다. 블루베리에 대한 열풍이 불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급격히 재배가 늘고 있는데 매년 배 정도씩 과수원이 늘어 2011년에는 1천㏊를 넘어섰다. 각 지자체에서는 지역 특화산물로 선정해 경쟁적으로 재배를 권장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황금의 블루오션 작물로 소문이나 귀농자들이 많이 심고 있다. 블루베리는 수확기가 빠르고 나무가 낮아 일손이 많이 필요하지 않고 병해충에 강한 장점이 있기에 일견 재배하기 쉽게 보인다. 하지만 뿌리가 약하고 산성토양을 좋아하기에 딱딱한 중성 위주의 우리나라 토양에는 잘 적응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나무를 심기 전에 장기간 토양 개량이 필요하다. 이런 준비 과정 없이 식재해 많은 농가에서 제 수량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나무가 자라는 도중에 죽어버리는 현상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기술과 기반이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귀농자의 과원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 미국과 캐나다 등으로부터 우리나라 생산량의 2배 이상의 물량이 냉동 및 건조과일로 수입되고 있고, 앞으로 신선과실도 비교적 싼 가격으로 수입될 가능성이 높기에 우리나라의 블루베리 산업의 앞날이 마냥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국내에서 블루베리 산업을 명실상부한 농업과 농촌의 블루오션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나라에 맞는 품종과 재배법을 개발해야 하는데, 들쭉나무 등 우리나라 자생종과 교배를 통한 잡종 개발도 한 방안이 될 것이다. 그리고 과실의 품질에 관계없이 무게로만 거래되고 있는 유통구조도 바꿔야 한다. 또 우리나라 생산 블루베리의 뛰어난 기능성과 안전성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능동적으로 알리는 일도 중요하다. 신기술을 개발할 연구 인력과 농업 현장에서 재배기술을 농업인들에게 보급할 전문지도 인력 양성도 필요하다.
블루베리는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과수이지만, 이제 걸음마 상태로 보호가 필요한 산업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 블루베리 산업을 조심스럽게 키워간다면 블루베리는 기호성이 뛰어난 과실과 기능성이 뛰어난 영양제로 우리 식생활과 농산업에 새로운 블루오션을 열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