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발한 꽃과 함께 봄이 한창이다. 주말을 이용해 꽃놀이를 가도 좋지만 집 앞 거리에만 나가도 화려하게 줄지어 선 벚꽃과 개나리에 마음이 온통 화사하게 물들어 행복하게 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마음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이 좋은 봄날을 즐길만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는 바로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학업에 매진하느라 꽃이 언제 피는지 지는지 모르게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학생들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안양소방서 귀인119안전센터는 안양시 동안구 귀인동 학원가에 위치하고 있다. 학원가의 수많은 학원 강의실은 그 안에 앉아 학업에 열중인 학생들의 앞길을 비추듯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까지도 밤늦도록 불을 밝히고 있다. 꺼질 것 같지 않은 학원가의 불빛도 사그라질 때가 되면 이제 학원가 앞 도로는 학생들을 집으로 데려다 줄 학원 셔틀버스와 학부모들의 승용차로 그야말로 전쟁터가 되어 도로 바깥쪽 한두 개 차로까지 차량들로 가득 찬다.
이렇게 주정차한 차량이 많을 때 소방차 통행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고 더욱 큰 문제는 바로 소방서 차고 앞에 수시로 주정차한 차량들로 소방차 출동부터 지연될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귀인119안전센터 직원들은 수시로 차고 앞을 확인해 임시 주정차한 차량들의 이동을 권유한다. 요즈음은 어디든지 주차공간이 부족한 상황이고 널찍한 소방서 차고 앞을 보면 누구든지 잠시 주정차하고 싶은 유혹이 들 법도 하니 이는 우리 안전센터만의 일이 아닐 것이고, 따라서 소방서 차고 앞 주정차 차량 이동을 권유하는 데 귀중한 소방력이 낭비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소방차는 출동 지령을 받으면 주간에 20초, 야간에는 30초 이내에 차고를 탈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보다 빠른 시간 안에 신속하게 출동해야 재난현장에 5분내 도착해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궁극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차량 내에 타고 있으면서 비켜 달라고 할 때 금방 비켜주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소방서 차고 앞에 주정차 해본 경험이 있는 운전자라면, 만약 본인이 소방서 차고 앞에 주정차하고 있는 도중에 소방차가 출동해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 해당 차량에 이동주차를 부탁하느라 드는 시간과 그 차가 이동하는 데 드는 시간, 이동주차를 부탁한 대원이 소방차량에 탑승하는데 드는 시간 등으로 소방차 출동이 상당히 지체되고, 비록 얼마 안되는 짧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그 시각 간절히 소방차 도착을 기다리는 재난현장의 피해는 계속 진행중일 것임을 기억하기 바란다.
소방관서에 전화를 걸면 수신 대기중에 ‘소방출동로는 생명로’라는 안내멘트를 들을 수 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달려가는 소방차의 출동로는 바로 소방서 차고 앞에서부터 시작된다. 전국 소방관서에서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국민생명보호정책 중 피해저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소방통로 확보 방안도 소방서 차고 앞 불법 주정차 금지에서부터 시작됨을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꼭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