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퇴출된 4개 저축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대주주들의 불법행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가 검거된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은 부정과 비리의 ‘달인’처럼 보일 정도다. 김 회장의 각종 비리수법을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금융회사의 대주주라곤 믿기지 않는다. 영업정지를 앞둔 지난 3일 시중은행에 넣어둔 회사자금 200억원을 빼돌려 중국으로 밀항하려 한 것은 거의 ‘막장 드라마’ 수준이다.
김 회장은 차명으로 자신의 저축은행에서 1천500억원을 대출받아 충남에 골프리조트를 지어 소유하고 있는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회사 명의로 증권사에 예치한 시가 270억원이 넘는 주식을 빼돌려 현금화한 혐의도 있다. 김 회장은 2006년에 빚 164억원을 갚지 못해 작년 3월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됐다. 6년 전부터 사실상 신용불량자였던 것이다. 신용불량자는 저축은행 대주주가 될 수 없다. 그러나 금감원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가 도입된 2010년에는 채무불이행과 관련한 확정 판결이 나지 않아 법률상 문제 삼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은 직원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면서 빌려간 37억원의 대출금을 영업정지 한달 전 회사 돈으로 모두 갚아줬다고 한다. 솔로몬과 미래저축은행은 서로 짜고 각각 상대방 회사의 유상증자 과정에 편법으로 투자한 사실도 적발됐다.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준다.
저축은행의 부실이 어느 날 갑자기 터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면서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부실 우려는 오래전 부터 나왔다. 특히 솔로몬저축은행 같은 대형 저축은행들의 위험성은 더 컸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감독을 강화하기는 커녕 한 통속이 돼 감사, 사외이사 등 ‘낙하산’을 대거 내려보내며 기관의 잇속만 챙겼다. 지난해 실시된 저축은행 1,2차 구조조정때 사법처리된 금감원 직원만 16명에 달한다. 금품을 받고 부실을 눈 감아줬기 때문이다.
이번에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에도 금감원 부원장, 부원장보, 국장, 부국장, 팀장 등 전직 간부들이 감사와 사외이사로 대거 이름을 올렸다. 합수단은 저축은행 부실화 과정에서의 금품 수수와 정ㆍ관계 로비 여부 등을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금융당국도 부실 감독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다른 저축은행에 나가 있는 금감원 출신 감사와 사외이사들부터 빨리 솎아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