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 멘토(Mentor)가 넘쳐나고 있다. 인기 TV프로그램인 서바이벌 오디션에서는 인기가수들이 멘토를 자처하며 참가자들을 지도한다. 또 기업에서는 선후배끼리 멘토와 멘티(Mentee)를 맺고 노하우를 전수하고 상담까지 하는 것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웬만한 기관이나 조직들도 신입 조직원의 근착을 돕기 위해 멘토제도를 활발히 사용하고 있어 가히 멘토 전성시대다.
사실 멘토(Mentor)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이다. 트로이전쟁으로 유명한 오디세우스가 출전에 앞서 절친한 친구인 멘토에게 아들 텔레마코스의 양육을 부탁하고 떠났다. 텔레마코스는 멘토의 휼륭한 교육으로 걸출한 인물로 성장했는데 이후 멘토는 선생을 넘어 조언자이자 친구이고 때론 아버지의 역할까지 하는 사람을 일컫게 됐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멘토는 조언자 혹은 상담자라는 의미로 축소되는 경향이 짙다. 직장 선배로서 상사의 지시에 마지못해 맞은 멘토가 아버지나 속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친구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시정에 회자되는 멘토라는 단어가 스승과 혼용되는 것도 마뜩찮다. 그저 선(先)경험자 혹은 전문지식이 풍부한 엘리트가 지도와 코치를 한다고 하는 것이 요즘의 멘토를 가장 잘 설명하는 듯하다.
하지만 스승은 다르다. 멘토가 머리에서 머리로 이어지는 경험과 지식의 전수라면 스승은 가슴을 열고 영혼을 잇는 무게가 실린다. 인문학자 정민은 다산 정약용과 제자 황산의 만남을 다룬 책의 제목을 ‘삶을 바꾼 만남’으로 달았다. 다산의 유명세에는 턱없이 부족한 지방아전의 아들이었던 황산은 문재(文才)가 있었던 것은 아니나 스승과 영적인 교류를 했던 제자로 대기만성했다. 제목이 모든 것을 해제하듯 진정한 스승과 제자의 만남은 인생의 향방을 달리하는 영향이 뒤따름을 알 수 있다. 한국 남종화의 대가로 추앙받는 소치(小痴) 허련의 인생은 스승인 추사(秋史) 김정희와의 만남을 통해 교정되고 꽃을 피운다. 1년이라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소치는 평생 추사의 가르침을 벗어나지 않았고 무엇보다 그의 정신을 이어받아 후세에 전수했다. 그런 의미에서 소치는 참된 제자이자 위대한 스승이라고 하겠다.
요즘 선생은 많되 스승은 없는 시대라고 한다. 학원 선생님이 구타를 하면 열의가 있는 것으로 치부되고,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맞으면 학부모나 학생들이 경찰에 신고하는 세상이다. 어디 참스승이 콩밭에서 팥 나오 듯 할까. 참스승이 존립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