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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춘추]5월의 갈등하는 부부들에게

어김없이 5월이 왔다. 어린이날을 기점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족과 관련한 기념일로 가득한 ‘가족의 달’이다. 누구도 가족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고 보면 챙김을 받아 즐거워하거나 챙겨줌으로 해서 부담스럽거나 모두 가족이기에 기꺼이 감수한다.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문화가 다양해지며, 가족에 대한 시각도 변화돼 왔다. 개인적 가치의 존중과 동반자적인 부부관계를 지향한 의식의 변화는 힘의 균형을 중요시 하던 남녀평등을 넘어 남성성과 여성성의 조화를 다룬 양성평등으로의 시각변화와 함께 했다. 이러한 변화는 부부가 중심이 되는 수평적 관계로 바꿨으며, 부모와 자녀의 종적 가족관계를 미덕으로 하던 공동체의 가치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의 2010년 기준 우리나라 단독가구와 2인 가구 수는 각각 24%와 24.3%로 4인 가족이 기준이 되던 8~90년대의 사회문화적 전통들을 새롭게 바꿔나가고 있다. 가족의 종류도 확대가족(3세대 이상), 핵가족, 조손가족, 한부모가족, 샛터민가족, 다문화가족, 무자녀가족, 이혼가족, 재혼가족, 노인가족, 공동체가족, 동성가족, 1인 가족 등의 이름으로 변화하며 실제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가족에 반영되고 있다.

얼마 전 법원의 이혼소송 조정을 담당하며 보았던 가족의 형태는 기존에 보아 왔던 다양한 형태의 가족 모습과도 다른 것이어서 조정하는 내내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이혼소송의 주된 내용은 ‘이혼 등’으로 기재된 간단한 사유였으나 내용을 보면, 한쪽은 초혼이고 다른 쪽은 자녀가 셋이 있는 재혼이었다. 재혼 전에는 미혼과 이혼을 경험한 직장동료로 만남이었다가 함께 새로운 사업을 기회로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살게 됐다. 경제가 어려워지며, 사업도 점차 어려움을 겪고 서로의 불신이 쌓이면서 급기야 이혼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혼으로 가닥이 잡히고 위자료와 재산분할에 대해 조정이 정리되기 시작할 무렵 ‘근로기준법’ 관련 고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과 회사법인의 이름으로 대출해 들어가게 된 은행 담보에서 이름을 빼달라는 내용이었다. 소송 전 사이가 좋았을 때는 회사를 경영하기 위해 다양한 생각과 방법을 함께 했을 터인데, 이러한 관계가 해소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이혼소송에서 소장에는 없었으나 노동법과 관련한 내용도 다루게 된 것이다.

더욱이 자녀들과 관련해서는 놀랍게도 친부와 자녀들과의 관계가 심각해 일부 자녀는 친부에게 가기를 거부하고 현재 이혼소송 중인 계모와 함께 있다는 것이다. 친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며, 아이들에게 막말을 하거나 아이들을 계모가 마치 꼬득인 것처럼 분개하며 이야기했으나, 자기를 ‘계모’라 칭하는 한쪽의 당사자는 오죽하면 ‘친부’를 버리고 자신에게 왔겠느냐고 항변을 한다. 마지막으로 정리되지 않은 자녀의 보험금만기 수령과 관련해서는 미성년자가 아닌 성년의 자녀였지만 친부로서의 역할(?)을 끝까지 하려는 당사자의 입장을 반영해 성년의 자녀가 친부에게 찾아가 ‘명의를 바꿔 달라고 간청하면 수령해 줄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으로 조정이 마무리되며 이혼이 성사됐다.

이혼소장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혼인 기간 중 ‘회사의 노동과 경영의 참여 부분’은 고스란히 이혼의 영역으로 들어와 이혼소송의 중요한 내용으로 이혼과정 내내 감정을 부여잡고 있었으며, 이전에는 상상이 가지 않던 자녀의 선택은 친부보다 계모를 선택해 또 다른 가족형태가 만들어지는 현장을 보았다. 조정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혈연 관계도 건강한 ‘소통’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가족으로의 생명은 다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화창한 5월 ‘갈등하는 부부’들이 있다면 갈등의 불균형을 거부하지 말고, 우선 불균형을 인정해 보자. 어쩌면 함께 살면서 고통받는 것보다 헤어져서 행복하게 살아 갈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함께 살면서 힘들어 했던 것보다 헤어지는 것이 더욱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그리고 작은 ‘소통’의 실마리들을 마련해 보자. 적어도 건강한 가족이나 부부는 5번 정도의 긍정적인 소통에 한 번쯤의 부정적인 부딪힘이 있다고 한다. 적어도 5월에는 5번 이상의 진정어린 ‘소통’을 노력해 보자. 그럼 조금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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