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당권파가 ‘폭력행사’라는 자멸의 길을 택했다. 1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통진당 중앙위원회는 단상점거, 욕설, 폭행으로 얼룩지면서 그야말로 ‘난장판’이 됐다. 이날 회의는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으로 파국의 길을 걷던 통진당에게는 마지막 수습의 기회였다. 하지만 진보정당으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함께 정당 활동을 하기가 어렵게 됐다. 지난해 12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 등 세 주체가 이뤄낸 통진당이 창당 5개월여 만에 사실상 ‘파경’을 맞은 것이다.
12일 회의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당권파 당원들은 매우 폭력적인 얼굴을 그대로 드러냈다. 중앙위 의장인 심상정 공동대표가 “대한민국이 이 자리를 지켜보고 있다”며 수차례 경고했지만 그들은 귀를 막았다. 그러다가 밤 9시40분께 심 대표가 첫 번째 안건인 강령개정안 통과를 선언하자 단상에 난입해 공동대표단을 향해 무차별 폭력을 행사했다. 조준호 공동대표는 머리채를 잡힌 채 얼굴을 가격당하고 옷이 찢기는 등 봉변당하고 탈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시민 대표는 폭행당하려는 심 대표를 감싸다가 여러 차례 맞았고 안경까지 날아갔다고 한다. 공당의 대표가 당원들에게 집단 폭행당하는 것은 정당 역사상 처음이다.
진보정당의 낯 뜨거운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 이날 회의는 결국 무기한 정회됐다. 이날 회의는 인터넷으로 전국에 생중계됐다. 그런 만큼 폭력사태를 지켜본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통진당에 표를 던진 2백만이 넘는 유권자들의 실망이 컸다. 진보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서에 “오늘로 대한민국 진보는 죽었다”라고 말했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도 “통진당이 무너지는 것은 비극이며 야권연대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통진당의 최대 조직기반인 민주노총은 비례후보 총사퇴 등이 포함된 쇄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통진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사태로 통진당의 앞날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당권파의 버티기가 계속되건, 비당권파가 주도권을 잡건 실추된 당의 입지를 다시 회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통진당의 위상은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비당권파 천호선 대변인은 13일 “중앙위를 속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당권파측은 다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결국, 분당 수순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통진당을 대체할 새 진보정당 건설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