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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제가 옆에 있어요, 어머니

 

우리나라 전통 사회제도 속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에 대한 일화는 수없이 많다.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가문의 대를 잇는 생산자들이다. 대를 잇는 아들의 사랑을 나눈다는 의미에서 시어머니에게 며느리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는지 모른다. 얼마나 며느리가 미웠으면 꽃이름의 세계에도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밥풀꽃 등 따갑고 불편한 풀꽃에 며느리란 명칭을 달았을까? 하는 의문도 생겨난다.

요즘 핵가족 시대에서 며느리 수난시대를 넘어 시어머니 수난시대에 도달했다는 속설이 가끔 우수개소리 속에 뼈있는 말로 들려오기도 한다. 나의 시어머니 또한 전통적인 시어머니셨다. 그런데 텔레비젼 드라마를 보시면서 시대의 변화를 느끼신 걸까? 아님 같이 늙어가는 며느리에 대한 측은지심이 생겨서일까? 부드럽게 변하는 모습이 보여서 내게도 측은지심이 생기는 요즘이다.

내게 지난 겨울은 병원신세를 진 계절이었다. 시어머니는 병원을 오기도 하시고 퇴원을 하고도 자주 내 방을 찾으시는데 대해 놀라워하던 참이다.?그런데 얼마 전 위쪽 치아 하나 남은 게 아프다고 하시며 내 방에 오셨다.

“어머니, 내일 아침 병원에 가서 이를 빼야겠어요.”

다음날, 차에 시동은 거는데 아들이 나선다.

“할머니하고 어딜 가세요?”

“응, 치과에 모시고 가려고, 이가 아프시대.”

“제가 모시고 갈게요. 엄마는 내시경 검사하는 날이잖아요.”

“그래, 할머니가 더 좋아하시겠다.”

그러자 시어머니는

“아니다. 난 에미랑 갈련다.” 하신다.

다시 출발하는데 남편이 밭일을 하고 들어온다.

“어머니 치과에 모시고 가요.” 하자

“내가 갈게. 당신은 검사하러 갈 준비나 해요.” 한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예, 난 에미랑 갈 거야.” 하신다.

이건 정말로 의외의 사건이다. 시어머니는 그동안 치과에 가는 게 무섭다고 안 가셨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무서워하던 치과를 며느리와 가신다는 것이다.

치과 진료실 의자에서 시어머니는 몹시 두려워하신다. 마음을 진정하지 못해 혈압이 점점 높아진다. 간호사들이 몇 번을 다시 재도 내리지 않는다. 혈압이 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옆에서 지키고 있는데 아주 작고 초라한 노인이다. 그렇게 차고 팔팔했던 기운을 세월은 이렇게 나약하고 작고 힘없는 노인으로 만드셨다. 지켜보는 마음이 자꾸 안스러워진다.

“어머니, 마음 푹 놓으셔요. 여기가 우리나라에서 이를 제일 잘 빼는 병원이구요. 아까 보신 선생님이 제일 안 아프게 이를 빼신대요. 그러니까 맘 푹 놓으셔요.”

마음을 안정시키느라고 애썼지만 혈압이 내리지 않자 다음에 진정을 하고 다시 오시기로 하고 결국은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며칠 후 다시 병원을 가서 발치를 한 후에도 시어머니는 며느리와 함께 치과를 다녀오신 걸 대단히 뿌듯해하신다.

전통사회제도가 바뀌면서 변화한 이 사회의 반영이 우리 집에도 반영된 걸까? 라고 의문을 하고 싶지만 그건 아닐 것이다. 라는 추론이 제기된다. 오랜 시간 치이고 닦여 부드러운 곡선을 가진 몽돌이 냇가의 풍경을 아름답게 하듯이, 오랫동안 공존하면서 치인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시간이 가정이라는 냇가에 몽돌이 되었다면 이제쯤 남은 세월은 서로 구르면서 어루만지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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