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참여한 한·중·일 정상회담이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막을 내렸다. 주최측인 중국의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일본의 노다 총리가 요청한 정상회담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외교관례상 보기 드문 결례인 이번 사태는 중·일간 영토분쟁이 원인이다. 소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이 다시 점화된 상태에서 중국이 강수를 두고 나온 것이다. 후 주석은 이명박 대통령과는 정상회담을 진행해 일본측에 대한 불쾌감을 그대로 노정했다.
이에 앞서 중국 원자바오 총리는 노다 총리와 만나 영토분쟁을 쟁점으로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영토싸움이 노골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의 행위가 도를 넘고 있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오만함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필리핀, 베트남 등 약소국과의 갈등에서 중국은 ‘원초적 힘’을 바탕으로 굴복을 요구하고 있어 반(反)중국 감정을 자초하고 있다. 필리핀과 남중국해 황옌다오(스카보러)섬의 영유권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이 무력사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일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필리핀 역시 경제적 이익과 함께 국가의 위신이 걸린 문제라 양보할 조짐이 없다. 중국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내세우고 있으나 중국내 언론과 여론은 협박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호전적이다. 이미 중국정부는 필리핀 여행객의 20%에 이르는 자국민의 필리핀행을 막았고 필리핀의 바나나 통관을 지연시키는 등 경제적 압박을 가했다. 물론 필리핀도 세계 각국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으나 힘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중국은 최근 급성장한 경제력을 기반으로 미국과 함께 지구촌 G2로 등극했다. 중국내 축적된 달러로 인해 미국조차 중국의 눈치를 보는 형편이어서 중국의 대국굴기(大國屈起)는 현실화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가 돌아볼 것은 이러한 현상이 필리핀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이 고구려를 자신들의 변방 역사에 포함시키는 등의 역사왜곡을 경험했다. 또 마늘을 둘러싼 분쟁에서는 경제력을 앞세워 치욕적인 결과를 수용토록 강요당한 일도 있다.
우리의 고유영해에 들어와 불법조업을 일삼으며 단속경찰을 죽음으로 내모는 중국어민들에 대해서는 무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강요한다. 곰과 같이 덩치가 큰 이웃과 살고 있는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는 필리핀의 사례가 남의 일이 아니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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