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장안구 영화동에 거북시장이란 곳이 있다. 세계문화유산 수원 화성의 장안문 밖이다. 말이 시장이지 상가라고 하는 게 맞다. 왜냐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채소와 생선 등 식품과 의류 등을 파는 우리네 전통시장과는 이미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신 이곳에는 음식점과 술집, 모텔 등이 들어서 있다. 일명 ‘느림보 타운’이라고 불리는 이 지역 상인들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장도 아니고 상가도 아닌 애매한 상태의 상가지역을 활성화시켜야 하긴 하는데 무엇을 가지고 특화를 시킬까? 이들은 고민 끝에 술축제를 택했다.
그런데 사실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 두차례 전성기가 있었다. 하나는 조선시대다. 1794년 수원화성을 축성하면서 전국에서 모인 성역 일꾼들을 위해 술막거리가 조성됐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성역총리대신 채제공 선생이 부족한 성역 공사비를 마련하느라 일부러 조성했다는 설도 있다. 즉 일꾼들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주막거리를 만들었고 이들에게 지급된 노임을 다시 술값으로 환수해 성역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새술막거리의 유래를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다. 당연히 이 거리는 흥청거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 다른 전성기는 1980년대와 1990년대였다. 이곳에 음식점과 유흥업소가 들어서면서 수원시의 대표적인 번화가가 됐다. 시민들은 퇴근 후 으레 여기서 회식을 했고 만남을 약속했다. 그러나 상권이 인계동, 영통, 수원역 등지로 이동하고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거북시장은 ‘영화동’이라는 지명에 걸맞지 않게 영화를 누리지 못하고 쇠락해갔다. 상인들은 자구책을 마련해야 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새술막거리 술축제’다. 지난해는 날씨가 쌀쌀한 가운데도 많은 시민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올해 행사는 26일 오후 3시부터 장안문 거북시장 일대에서 개최되는데 수원시 마을 르네상스 사업으로 선정돼 더욱 의미가 깊다. 광교산 황소 및 정조대왕 퍼레이드, 진떼배기 풍물단의 식전행사로 시작되어 제1부 전통주(막걸리) 제조시연 및 시음, 제2부 투호대회 및 밴드공연, 막걸리 복불복, 무예24기 시연, 색소폰연주 및 우리술 나누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됐다. 특히 전국의 유명한 막걸리 양조장들이 참여하는가 하면 직접 술을 담가보는 흥미로운 행사도 마련됐다. 상권의 부활을 위해 상인회를 구성하고 각종 축제를 열면서 손님 끌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거북시장 상인들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