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영어마을 파주캠프 민간위탁은 일종의 소동이었다. 소동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애초에 무리한 계획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난 15일 있었던 본회의 표결이 명백하게 보여준다. 찬성 27표, 반대 68표, 기권 2표라는 결과가 이 계획이 얼마나 무리한 수였는지 명백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문수 도지사의 경기도 집행부는 아마도 상임위만 통과하면 본회의는 쉽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상임위에서 집행부에 우호적인 의원 몇 명만 협조를 얻어 통과되면 일은 거의 성사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그러나 전체 의원들에게 호응을 얻을 수 없는 무리한 정책이 어떻게 되는지 생생히 보여줬다.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는 땅 값만 무려 990억원이 넘어서는 엄청난 경기도민들의 재산이다. 이 재산을 장래 어떤 형태로 이용할지 모르는 민간 기업에게 위탁을 맡기는 것은, 특히 영어 사교육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팽창될 대로 팽창된 현실에서 영어마을의 대한민국 대표브랜드인 경기영어마을을 시장에 넘긴다는 것은 또 한 번의 영어사교육 광풍을 몰고 올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고, 민간이 최고급의 멋진 영어 학원 하나를 더 만들어 운영할 수 있는 큰 특혜를 주는 결과를 초래할 지도 모른다. 경기도 집행부는 수탁 기업으로 하여금 20%의 저소득층 혜택을 주도록 한다고 하는데 숫자상으로 20%의 학생들에게 값싼 프로그램을 형식적으로 제공하고 그 대신 수 천만원짜리 고급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운영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그럴 경우 대다수 평범한 도민들의 자녀들은 영어마을 파주캠프는 그림의 떡으로 전락한다. 공공재정으로 만든 시설이 특수한 계층에게만 서비스가 제공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국가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무엇보다도 광범위한 주민들에게 유효해야 하고, 특정 개인에게 특별한 혜택이 돌아가지 말아야 하며, 가급적 소외되고 어려운 계층에게 도움이 돼야 하고, 일반 시장이 제공할 수 없는 영역의 서비스여야 한다. 필자가 현재 민간 위탁되고 있는 부산 영어마을들을 직접 둘러본 결과, 위의 요소들 중 한 두 개가 결여돼 있었다. 심지어 저소득층 프로그램들조차 구청이나 시청의 재정보조를 받아 시행하고 있었다. 아마도 전국에 산재한 거의 모든 위탁되고 있는 영어마을들이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필자는 영어마을이 소관기관인 여성가족평생교육 상임위원회에 소속돼 있는 도의원으로서 파주캠프의 상기 요소에 맞는 프로그램 개편을 끊임없이 주장해 왔다. 즉, 도민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무료, 또는 저렴한 장기 어학연수 프로그램이나 도내 영어교사들의 장기 직무연수 프로그램 등을 교육청과의 공조 아래 개발할 것을 주문해 왔다. 나아가 다문화 가족들의 두 문화, 두 언어 교육과 관련한 프로그램도 실시할 것을 요청해 왔다. 경기도는 이런 요청은 묵살하고 오로지 민간위탁에만 집중해 온 결과 이런 소동만 일으키고 세월만 허송하고 만 것이다.
영어마을의 개혁은 이제부터다. 진정으로 도민들의 사랑을 받는 영어마을 파주캠프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의회가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집행부도 이에 적극 협조해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