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7 (일)

  • 맑음동두천 32.0℃
  • 맑음강릉 33.9℃
  • 맑음서울 32.7℃
  • 맑음대전 32.8℃
  • 맑음대구 31.6℃
  • 맑음울산 31.0℃
  • 맑음광주 32.3℃
  • 구름조금부산 31.5℃
  • 맑음고창 33.1℃
  • 구름조금제주 29.9℃
  • 맑음강화 30.8℃
  • 맑음보은 30.5℃
  • 맑음금산 30.8℃
  • 맑음강진군 33.3℃
  • 맑음경주시 31.9℃
  • 구름조금거제 29.1℃
기상청 제공

 

얼마 전 이웃에 사시는 어머니 친구 분이 계속해서 껌을 소리 나게 씹고 계시는 모습을 보게 됐다. 평소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은 궁금증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어린 소녀같이 귀엽다며 까닭을 여쭤 보니 뜻밖에도 치매가 오지 않는다는 대답이셨다. 나중에 고생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틈틈이 씹으라며 껌을 하나 주신다. 시샘도 많으시고 욕심도 많으신데다 가끔은 거침없이 심술기를 쏟아내셔서 지나온 궤적을 짐작하게는 그 할머니도 치매는 무서우신 듯하다.

건네주신 껌을 씹고 있자니 슬슬 단물이 빠지는 대신 머릿 속으로 옛 추억이 고여 온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껌도 꽤나 귀한 간식거리였다. 종류도 별로 없다가 처음 담배 모양을 한 담배껌이 나왔을 때만해도 그렇게나 신기하더니 급기야 풍선껌이 나왔다. 껌의 역사는 풍선껌 이전과 이후로 나눠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단물이 빠지면 풍선을 불기 시작하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혀끝과 앞니 아래쪽에 고정 시키고 있다가 살살 앞니를 벌리면서 그 틈으로 혀를 내밀면서 입김을 불어넣어 풍선을 부는데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고 입술이 오므라들고 혀가 빳빳해지는 것 같은 아픔을 극복하고 나서 드디어 동그란 풍선이 부풀어 오르는 순간의 기쁨을 어떻게 말로 하랴.

그렇게 풍선불기에 성공해 몇 차례 불고나면 신기하게 바라보던 친구들이 한 번만 불어보자고 졸랐다. 평소에 친한 친구 순으로 한 번씩 불게 해주고 뭔가 밉보인 친구는 끝끝내 기회를 주지 않았다. 다시 돌아 온 껌으로 의기양양해서 풍선을 불고 다니면 짓궂은 남자 아이들이 날름 떼어가기도 했다.

또 어떤 아이들은 책상 밑에 붙이고 있다가 체육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잃어버렸다고 했던 웃지 못할 일들이 우리를 성장하는데 한 몫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뒤를 이어 요술풍선껌이라고 해서 씹다보면 색이 변하는 껌이 나오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 모양과 기능을 자랑하는 고급스러워진 껌이 속속 등장하고 껌을 씹으면 치아 운동이 되어 이나 잇몸이 튼튼해진다고도 했다.

여성들의 핸드백에는 물론 음식점에서도 커피 자판기가 설치되기 전까지는 카운터에 껌이 준비돼 있는 곳이 많이 있었고, 차 안에도 껌을 준비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으리만치 생활에 밀착돼 있다. 그렇게 애용되던 껌이 눈총을 받기 시작했다. 껌을 소리 내서 씹지 말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를 부착하고 다니는 버스도 있었고, 그런 사람이 있으면 운전기사보다 승객들의 따가운 시선과 부딪치기도 했다.

그나저나 언제부터 껌이 치매 예방 역할을 맡게 됐는지 몰라도 오랜만에 과일맛이 나는 껌으로 딱딱 소리를 내보는 것도 심심치는 않았다. 물론 아무도 없이 혼자 있을 때니까.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