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癌)은 아직 정복되지 않은 대표적 불치병이다. 암 치료후 5년간 생존할 확률을 의미하는 ‘암 생존율’은 50%를 넘어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암에 걸렸다”는 통보는 죽음과 가까워졌다는 표현으로 들리는게 사실이다. 따라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소위 ‘암 잘 고치는’ 병원의 등급발표는 파괴력 만큼이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22일 심평원은 302개 전국 주요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발생빈도가 높은 위암, 대장암, 간암의 수술사망율을 평가해 발표했다. 이 가운데 3개 암수술 모두에서 1등급을 만족시킨 병원은 51개에 불과했다. 경기도에서는 성빈센트병원, 고려대 안산병원, 아주대병원, 분당차병원, 한양대 구리병원, 한림대 성심병원, 인제대 일산백병원, 국립암센터병원, 분당서울대병원이 이름을 올렸다. 인천에서는 인천성모병원, 길병원, 인하대병원 등 단 3개 병원만이 1등급으로 분류됐다. 특이한 것은 당연히 명단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 우리 주변의 대형 의료기관들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발표가 그동안 국민들이 가졌던 병원 등급에 대한 통념을 뒤엎고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국민들은 이번 발표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이다. 나아가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같은 소비자단체는 “의료기관 단위 뿐 아니라 의사 단위로도 공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 심평원의 이번 발표가 병원들의 압력을 이기고 소비자에게 베일에 싸였던 핵심 의료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 하다. 또 이같은 발표는 의료기관간 선의의 경쟁을 촉발해 의료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효과도 기대된다.
한가지 걱정은 이제 공개된 정보에 따라 1등급으로 분류된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이다. 현재도 명의(名醫)가 있다고 소문난 대형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받으려면 짧게는 한 달에서부터 길게는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기에 그렇다.
그런데 암은 진단후 수술을 미룰 경우 사망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서울의대 윤영호 교수팀에 의하면 암 수술을 한 달 이상 기다린 환자는 한 달내 수술한 환자보다 유방암은 1.59배, 직장암은 1.28배, 췌장암은 1.23배, 페암은 1.16배 높았다고 한다.
환자와 그 가족을 극한의 공포로 몰아넣는 암의 특성을 감안할 때 심평원은 이번 발표에 만족치말고 더욱 구체적 정보를 알리기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
모든 질환이 그렇지만 특히나 암치료는 소비자인 환자에게 모든 선택권이 주어져야 하며 그 출발은 정확한 정보제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