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는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인이 좋아하는 그림이다. 또한 오늘날의 작가들은 전통 책거리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번 특별전은 전통과 현대의 책거리가 모두 등장하는 복합 전시로, 책거리가 현대에 와서 어떻게 이어지고 재창조되는지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임모(臨模)에서 출발하여 유화, 팝아트와 사진, 조각과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로 나타나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통 책거리를 정밀하게 모사하는 정성옥, 한지 콜라주 채색 기법을 활용하는 김선정, 책가도와 기명도에 숨은 정신을 절제된 미학으로 그리는 김광문, 현대의 물상과 오브제를 화려한 색감으로 그려 ‘팝아트 책거리’를 구사하는 김민수와 김지혜, 주제 별로 쌓은 책을 그려 그 속에 담긴 정신을 전하고자 하는 서유라, 환상적인 구도와 새로운 색감으로 서재를 그리는 홍경택과 오병재, 서재와 도서관을 사진으로 찍어 재작업하는 임수식과 나현, 돌 조각으로 책에 담긴 이야기를 담아내는 김근배와 박선영, 철과 레진 등 이색적인 재료로 책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내는 최은경 등 열 세 작가의 작품이 출품되어 현대인의 서재와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진은 민화를 모티브로 작업하는 김민수의 작품이다. 붉은 색 바탕에 화려한 색감으로 그려진 물건들이 다채롭다. 형식은 책거리에서 왔다. 책과 함께 등장하는 소재로 모란과 연꽃이 눈에 띈다. 병과 그릇, 주전자 등은 전통 책거리에서 온 것이다. 그 밖에 현대적인 도자기가 주류를 이루고 스타벅스 컵도 보인다. 중국 당삼채 여인 장식품과 팬더곰 인형, 그리고 러시아의 인형과 일본의 행운을 상징하는 고양이 등 여러 나라의 물건이 등장한다. 슈퍼맨 복장을 한 성모마리아상과 티벳 불교의 불상, 까치와 호랑이 등은 세 군데나 등장하는 복(福)자와 더불어 이 그림의 제목인 <호랑이가 전하는 현대인의 부귀영화> 만큼이나 직접적으로 현세구복(現世求福)의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이 밖에도 ‘샤넬’ 로고와 얼룩말 무늬 하이힐, 미국 팝아트 작가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유명한 그림이 등장하여 명품을 선호하는 현대인의 취향을 반영한다. 그의 작품을 보면 현대 삶의 일상적 도구나 인물, 혹은 풍경들이 조선시대 전통적 삶의 풍경들과 오버랩되어 있기도 하고, 풍자와 해학의 미의식을 반영하듯 현대인의 삶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가 표출되기도 한다.
책거리 특별전은 경기도박물관에서 6월 10일까지 열린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