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이라고 하면 창백한 얼굴과 뼈만 남은 몸, 각혈이 연상된다. 국내에서는 시인 이상과 소설가 김유정, 영화 ‘아리랑’의 주인공 나운규... 외국인으로는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쇼팽, 소설가 카프카, 소로우, 체홉, 브론테 세자매, 시인 키츠 등 무수한 예술가들이 결핵으로 생명을 잃었다. 결핵은 18세기 초 유럽 인구 25%의 목숨을 앗아간 치명적 질병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30년대 이후 창궐했다. 매년 4만여명이 결핵으로 죽었을 정도로 치사율 1위의 전염병이었지만 1950년대 이후 선진국에서는 거의 발병하지 않았다. 물론 후진국에서는 지금도 결핵이 창궐하고 있다. WHO가 ‘결핵 비상’을 선포할 정도로.
그 ‘후진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있다. 우리나라는 OECD(경제개발협력기구)국가 중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 모두 1위다. 결핵 관리가 아직도 잘 안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력에 있어서는 세계 10위권 진입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후진국형 질환’이라고 여겨지는 결핵에 관한 한 후진국임이 분명하다. 뭐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얼마 전 고양시 고양외고 2~3학년 학생 4명이 결핵 감염 진단을 받고, 2학년 학생 120명이 잠복결핵 감염자로 밝혀졌다는 보도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얼마나 결핵 감염의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됐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좁은 교실에서 집단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는 심각하다.
학생들은 아침식사도 거른 채 일찍 등교해 밤늦게까지 공부하느라 체력이 고갈된다.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고 하교하면 새벽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체육활동은 감소되기 때문에 몸은 점차 허약해진다. 결핵감염의 위험성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결핵은 공기로 감염된다. 따라서 학교라는 공동생활체에서 집단발병의 가능성이 크다. 학생을 비롯, 단체 생활을 하는 집단과 다중집합 공공장소에서의 특별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뿐만 아니다. 결핵은 계층이나 연령과 무관하게 만연하는 질병이 됐다.
학생집단뿐 아니라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년인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고, 과도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과 입시와 취업 준비로 체력이 약해진 청년층에게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신고된 결핵 신규 환자는 4만명이나 되고 2010년 결핵으로 숨진 사람은 무려 2천400명이나 된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결핵 관리와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후진국 수준이다. 보건당국이라도 결핵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