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3 (수)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청나라 전성기를 이끌던 건융제는 십전노인(十全老人)으로 불리길 좋아했다. 십전노인이란 10번의 중요한 전쟁에 나가 모두 이긴 노인이라는 뜻이다. 견융제는 당시로서는 보기 드물게 89세까지 장수했으며 재위기간만 60년이 넘었으니 노인이라 불려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이렇듯 고래부터 노인은 건강과 화복을 누리는 공경의 대상으로 여겼으며 조선시대 많은 선비들은 자(字), 호(號)에 ‘노인’이라는 호칭 사용을 즐겼다. 조선 중기 명신으로 당파를 배척하고 억울한 이들을 구명하는데 목숨을 걸었던 영의정 이준경은 자신의 호를 연방노인(蓮坊老人)이라 지었다. 또 송시열과 뜨거운 예송논쟁을 벌여 유명한 남인의 영수 허목은 87세까지 장수했는데 태령노인, 대령노인 등의 호를 가졌고 별호 또한 동교노인, 구주노인, 동서노인 등 ‘노인’을 감초처럼 사용했다.

하긴 공맹(孔孟)사상을 치국의 도리로 삼았던 조선시대에는 자연연령이 80세에 이르면 ‘노인직(老人職)’이라는 벼슬까지 내렸다. 이밖에 나이 70세가 되면 나라에서 장수 지팡이인 청려장을 내렸으며, 때때로 임금이 직접 경로잔치를 베풀었다는 사실(史實)이 숱하게 전해진다.

요즘 ‘노인’이라는 명칭이 논란이다. 서울시가 상금까지 내걸고 노인을 대체할 명칭을 공모하고 나섰다. 노인이라는 표현이 자칫 퇴직후 두 번째 인생을 설계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상실케 할 우려가 있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어디 이런 걱정이 서울시뿐일까. 대한민국 전체가 ‘100세 시대’라는 노령사회를 맞아 정부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모두가 같은 고민에 빠져있다. 특히 정부는 명칭을 넘어 노인들이 안전하고 대우받는 복지정책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에 투표권을 적극 행사하는 60세 이상의 유권자를 의식한 정치권이 노인복지는 핵심공약으로 내걸고 있으나 아직은 ‘천지를 진동하는 소리뿐’ 실속이 없다.

이러한 노인문제가 고스란히 노인이라는 호칭문제에 녹아있다. 과거에는 60세만 넘어도 노인으로서 자식들의 부양을 받으며 손주들의 재롱을 즐겼다. 하지만 요즘은 60대라도 준비된 은퇴자금이 없으면 사회뿐 아니라 자식들로부터도 애물단지 취급받는게 현실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노인들은 우리사회의 짐이 아니라 자산(資産)이라는 점이다. 그들이 가진 경륜과 노하우 그리고 후대에 대한 애정은 무엇과도 대체될 수 없다. 어떤 명칭이든 이 시대 노인들의 현실을 꿰뚫는 상징적 작품이었으면 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