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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소점자"행복 메신저, 의료급여관리사의 꿈"

 

간호사 면허증을 보유하고 일정기간 병원근무 경력이 있는 의료급여관리사가 배치돼 담당하고 있으며 현재 540여명이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의료급여수급자의 의료이용을 목적으로 정보·연계서비스 등을 포괄적이고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지하 1층 어둠침침한 방바닥 여기저기와 침대 위에는 개의 분변들, 개털이 찐득하게 말라붙어있는 식탁, 누수로 얼룩진 천정과 빗물 받는 양동이, 개밥처럼 보이는 음식과 씻지 않은 많은 그릇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던 화성시 소재 집. 이곳에 의료급여수급자인 이모 씨가 살고 있었다. 뇌경색과 고혈압으로 정기적인 진료를 받지 않아 건강관리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였고, 낙상 및 감전의 위험, 식중독도 우려돼 사례관리대상으로 선정했다.

처음에는 삶에 대한 절망감으로 연계 자원을 무조건 거절했으나 의료 급여관리사의 지속적인 정서적 지지와 간절하고 끈질긴 설득으로 얼마 후 정기적인 약물복용을 받아들였고 집수리, 청소 등으로 주거환경이 개선됐으며 밑반찬 지원도 이뤄졌다. 유난히 좋아하는 개는 집안 한쪽에 긴 개 줄을 이용해 활동성에 불편이 없게 하면서 청결한 관리가 이뤄지게 했다. 또 그동안 관계를 끊었던 딸에게 대상자의 상태와 사례관리 진행과정들을 알리는 일도 시작했다. 사례관리를 종료할 때쯤 말수가 부쩍 늘은 이 씨는 들뜬 목소리로 말끔히 정리된 침대와 딸이 주말저녁에 식사를 함께 하고 간다는 것을 자랑하는 상태까지 됐다. 이때가 바로 의료급여관리사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1977년 의료보호법 제정과 함께 출범한 의료급여제도는 20여년이 지나자 의료급여 재정에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했고, 이것이 의료급여 사례관리를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2003년부터 시작된 의료급여사례관리는 간호사 면허증을 보유하고 일정기간 병원근무 경력이 있는 의료급여관리사가 배치돼 담당하고 있으며, 현재 540여명이 전국의 시·도, 시·군·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의료급여사례관리란 의료급여 수급자의 삶의 질 향상과 적정 의료이용을 목적으로 수급자의 욕구를 파악해 필요한 정보제공 및 대상자가 만족하는 수준의 연계서비스를 포괄적이고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를 위해 의료급여관리사는 의료급여 과다이용수급자를 방문해 적정한 의료 이용을 안내하고, 약물 오남용이 없도록 부작용과 올바른 사용법을 교육하고 있다. 또한 수급자의 상태에 따라 의료기관이나 복지서비스를 연계해주는 코디네이터 역할도 하고 있다.

2010년 건강보험자의 1인당 입원진료비 250만원이었으나 의료급여수급자는 두 배가 넘는 590만원을 사용했고, 2011년에는 618만원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2010년부터는 장기입원사례관리가 확대 실시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60여명의 의료급여관리사가 의료급여수급자 2만4천여명을 사례관리 했고, 그 중 질병대비 의료기관을 과다 이용하는 4천124명의 고위험군에 대해 집중적인 사례관리 결과 2010년보다 급여일수는 5만4천일을, 총 진료비는 51억여원을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장기입원자 1천530명에 대한 사례관리 결과 416명이 퇴원했고, 이는 1인당 연평균 입원진료비가 2천만원인 점을 감안해 보면 의료비 절감에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늘도 의료급여관리사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의료급여진료비가 약물 중복처방이나 과잉진료, 약물의 오·남용, 불필요한 장기입원에 지출되지 않도록 최일선에서 의료이용과 진료가 적절하게 이뤄지는데 노력을 다하고 있다. 안타까운 수많은 사연을 접하며 가가호호 방문해 의료수급자 한분 한분의 고충을 경청하면서 수급자의 건강증진을 위해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는 의료급여관리사의 무기계약직 전환 및 급여인상 등 사기진작 시책이 조속히 뒷받침돼야 한다. 보다 향상된 여건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 준다면 수급자의 삶의 질 향상과 의료이용 효율화를 위해 출범한 의료급여사례관리의 목표가 요원한 꿈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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