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며 아침마다 지옥버스를 경험하는 터라 경기신문 기사제보 란에 글을 올리려고 홈페이지를 방문하던 차 화성돌기체험 행사안내를 보았다. 무료하고 심심하던 5월 우리 동네 풍경쯤으로 여기던 화성에 대한 내 시선을 바꿔놓은 계기가 된 행사였다.
매향여중을 다녔던 나는 화홍문다리를 수 천 번 지나다녔고 미술시간에는 지겨울 정도로 방화수류정을 그렸었다. 그래서 이번 행사를 통해 화성의 숨어있는 의미를 알아보고 싶어졌다. 덧붙이자면 공짜 좋아하는 한국인이라 화성돌기 마지막 경품응모에도 기대를 걸었다.
나름 스스로 홍보 한 결과 친구들과 5월26일 아침 눈부신 하늘과 상쾌함을 마주하며 화성행궁광장에 모였다. 놀랄 만큼 학생들이 많았으며 우연히 여중생 시절 존경했던 선생님들을 만났다. 당시 학생주임 선생님은 현재 교감선생님이 되셨고 눈앞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여중생으로 돌아 갈 수 있었다.
체험후기 공모전에 등록을 하고 퀴즈가 적혀있는 응모권을 받아 화성돌기를 시작했다.
여름과 같은 햇볕에 남포루를 지나며 돌계단을 오르자 코에 땀이 송글 송글 맺혔다. 아이스크림을 파는 상인을 만나 시원하게 한 입 베어 물고 한발 한발 계단을 오르자 첫 번째 퀴즈 정답인 서장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장수가 군수를 지휘하던 곳으로 수원 시내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였다. 팔달산 정상에 위치해 서있기만 해도 귀 옆으로 스치는 바람이 땀을 식혀 주었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지나서인지 다음 코스로 가는 길은 평탄하게 느껴졌다.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며 도착한 두 번째 퀴즈 정답인 이곳은 화서문 이었다. 북적이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의 말에 우리도 귀를 기울였고 조선시대 이곳의 백성은 화서문이 얼마나 든든하게 느껴졌을까 상상을 해보았다. 체험후기를 작성하며 검색하던 중 보물로 지정 된 화서문의 1960년대 사진을 보았는데 지금과 똑같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2012년인 지금도 수원을 지키고 있는 화서문에 대한 안도감 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문 주변의 모습만이 현재와 과거를 나눠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잔디를 밟으며 도착한 세 번째 퀴즈 정답 장소는 수원 시민이라면 버스차창 밖으로 보거나 길을 걷다가 쉽게 마주 했을 장안문이었다. 약속장소로 손꼽히는 장안문 즉 북문은 나에게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이런 장안문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니 한층 늠름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성곽의 도시 수원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느끼는 방화수류정과 북문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누구나 감탄 시킬 만큼 동양의 미를 지닌 문화유산이라 자부한다.
마지막으로 만난 네 번째 퀴즈 정답은 소풍장소 1순위인 창룡문이었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순간 창룡문의 명칭이 기억나지 않았다. 친구에게 묻고 나서야 아! 내가 초등학생 때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먹으며 보물찾기 하던 곳이 창룡문임을 알았다. 마지막 정답을 응모권에 정성스럽게 적어 상자에 넣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화성행궁광장으로 향했다. 감사하게도 내 응모권은 한국인에게 살과 같은 쌀을 남겨주었다.
아마 수원에서 오랜 시간 거주한 시민이라도 화성의 의미와 곳곳의 명칭을 모르는 이가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나도 그 중 한명이었지만 경기신문의 똑똑하고 유쾌한 행사 덕분에 나는 무지한 수원시민에서 빠지도록 하겠다. 세계문화유산인 화성을 우리 옆집 돌담처럼 여기는 이가 있다면 작은 카메라를 챙겨 날씨 좋은 주말에 화성돌기 할 것을 추천한다. 가족과 함께라면 정조의 효심에 대해 담소를 나누어도 좋을 듯하다. 경기신문의 행사를 통해 화성과 함께 자라 온 나의 시절이 즐거운 추억으로 다가왔다. 바쁜 직장인에게 추억과 지식을 선물해준 경기신문에게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