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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횡단보도 앞에서

 

횡단보도 앞에서 겁에 질린 채 머뭇거리며 건너질 못하는 할머니를 발견했다. 지나가려면 택시가 휭 지나가는 바람에 놀라서 뒷걸음친다. 다시 건너려는데, 이번에 시내버스가 휭 하고 지나간다. 좌우를 두리번거리다가는 서너 발자국 앞으로 나섰는데 짜장면 배달오토바이가 다가오니 역시 뒤로 물러났다. 좌우를 보니 인제 차가 없다. 그제야 그 할머니는 몇 번이고 놀란 끝에 그 횡단보도를 건넜다.

도로 위를 달리다 보면 로드킬을 당한 야생동물들이 눈에 띌 때가 많다. 그 야생동물의 겁먹은 눈동자가 바로 방금 할머니의 겁먹은 눈동자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횡단보도에서 목도(目睹)하는 것이다. 불신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 강자의 논리가 판을 치는 사회, 법정의 또한 위로부터 허물어지고 아랫사람들인 시민들 또한 자신들이 살아가는 시대의 규칙조차 지키려하지 않는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할머니가 무슨 죄인가? 그냥 그림자처럼 무시하면 되는가? 약자는 이렇게 무시당해도 된다는 말인가? 인정머리 하나 없는 사람들이 운전대를 잡고 연실 이 거리 저 거리를 누비고 다니고 있다. 정작 인정이 필요한 때는 몰인정하고, 정의가 바로 서야 할 자리에서는 뜬금없이 우리가 남인가 하면서 인정을 요구하고, 뒤로 뇌물 바치고, 얻어먹다 목에 걸리고, 신체가 감옥 줄에 갇히고…

물론 보행자 모두가 횡단보도를 이용하지는 않는다. 무단횡단자도 많다. 주변을 의식할 필요도 없이 보행자 또한 교통질서를 지켜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커갈수록 이상하리만치 교통질서를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유치원 아이들이 손을 들고 횡단보도를 건넌다. 그 행위는 아주 절실한 행위라는 의미일 것이다. 운전자들이 지켜야 할 덕목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교통질서 지키기를 가볍게 생각하는가?

아마도 이것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다보니 준법은 손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누군가 앞서가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밟아서 안 될 가속페달을 밟고 브레이크 밟아야 할 때 밟지 않고 무시하고 지나치고 그러다보니 속도경쟁이 도로위에서 펼쳐진다. 마치 현실 속에서 구겨진 자존심을 내세우려는 태도라면 하루빨리 고쳐먹어야 한다. 지나친 효율성과 효용성을 고집하다 보니 사회는 과부하에 걸리고 구성원들은 상대적 피로감에 젖어 출구 없는 곳에서 답답해하고 불안한 휴식을 취한다.

불신시대를 조장해 사회를 정신없게 만들 것이 아니라 사회적 혹은 신체적 약자가 횡단보도 건널 때, 안심하고 건널 수 있는 안정된 사회를 만들도록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사회는 공공재요, 공중도덕의 학습장이라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 마치 대기(大氣)의 산소로 함께 호흡하듯이 사회는 그렇게 함께 나누는 공간이다.





▲1992년 시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평택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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