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7 (금)

  • 흐림동두천 23.5℃
  • 흐림강릉 30.0℃
  • 서울 24.7℃
  • 대전 24.5℃
  • 대구 28.9℃
  • 흐림울산 27.3℃
  • 광주 26.0℃
  • 부산 23.5℃
  • 흐림고창 25.6℃
  • 흐림제주 29.7℃
  • 흐림강화 22.9℃
  • 흐림보은 24.4℃
  • 흐림금산 25.4℃
  • 흐림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8.5℃
  • 흐림거제 24.1℃
기상청 제공

[기고]박철현"토종 민물고기를 찾아서"

 

낮에 연구소 근처에서 평생을 농업에 종사하시는 어르신 한 분을 만났다. “이번 비가 그치면 당분간 비는 안 올 거야.” “왜 그러는데요?” “왜긴 개울가 깊은 곳에 어름치가 집을 지었거든.” 예전부터 어름치는 점을 치는 물고기라고 알려져 있다. 해마다 봄이 오는 4월 말이나 5월 초에 어름치들은 강바닥에 산란을 위해 자갈을 모은다. 그 자갈더미를 강 가장자리에 모으면 그 해는 비가 많이 오고, 강 깊은 곳의 한복판에 모으면 그 해는 가문다는 것이다. 비가 많이 오는데 깊은 곳에 산란탑을 쌓으면 햇볕을 충분히 받지 못해 산란이 늦어지거나 수온이 올라가지 못해 부화가 어려운 이유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토종 민물고기에 대해 어떻게 기록해 놓았을까? 조선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쓴 ‘난호어목지’와 ‘전어지’는 쏘가리에 대해 ‘몸이 옆으로 납작하고 배가 넓으며 입이 크고 비늘이 작다. 몸 색의 바탕은 노란색이다. 살갗이 두껍고 살은 여물다. 등지느러미에 가시가 있어서 잘못하면 찔린다. 봄에 복숭아 꽃이 필 무렵이면 살이 부쩍 오른다. 몸의 무늬가 그물눈과 같아서 계어(桂魚)라고도 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쏘가리는 담수계에 서식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농어과 어종이다. 양식은 힘든 반면 수요가 늘어 무분별한 어획으로 최근에는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에서 종 보존과 자원조성을 위해 해마다 방류하고 있는 대표적 품종의 하나이기도 하다.

서울에서는 요메기라고 불렀고, 한강하류로 내려가면 여메기라고 부르던 물고기가 있다. 서해로 들어가는 강에 살던 물고기인데, 특히 금강에서 잡히는 것이 맛이 좋기로 유명했고 그곳에서 종어(宗魚)라고 불렀다. 맛이 좋아 물고기중의 으뜸이라는 뜻으로 임금님께 올리는 진상품이 됐다. 서울의 벼슬아치들이 지방관으로 나아갈 때 가장 인기가 높았던 지방이 부여나 논산의 현감이었다고 한다. 금강의 종어를 서울로 올려 보내면 빨리 출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감의 하는 일도 주로 종어(宗魚)잡이 독려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곳에서는 “종어가 현감”이라는 말까지 생겼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멸종됐다.

우리 조상들이 남긴 민물고기에 대한 기록들을 통해 사라가는 종들에 대한 관련 정보와 보존의 필요성을 새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종 보존에 대한 노력은 어떠한가? 최근 ‘세계 과학자들이 이미 2005년부터 생물종의 DNA 바코드를 만드는 ‘DNA 생물 바코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다. 동물의 털이나 살점처럼 아주 작은 부분만 있어도 DNA를 추출하면 ‘DNA 바코드’가 통해 원래 주인이 어떤 생물인지 부모까지 상세하게 알 수 있는 유전자 신분증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에는 해마다 육량이 많고 사육이 쉬운 외래어종이 이식되고 있다. 송어만 해도 국내 종을 찾아보기도 힘들뿐 아니라 설령 우리 하천에서 잡았다 해도 우리나라 고유종이라고 확신하기도 어렵다. 물론 경기도민물고기연구소에서는 한반도 고유종 보존을 위해 국내 최초 모래무지인공부화에 성공했으며, 토종 철갑상어 종복원 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전체를 논하기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

우리 고유어종에 대한 DNA바코드 체계가 완성돼 있었다고 하면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반도 고유어종을 보존하려는 연구소들의 노력이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외래어종이 국내에 들어와 고유종이 외래종에 묻힌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하루 빨리 우리 고유종에 대한 유전자 바코드가 완성돼야 하는 이유다. 우리 조상들이 유산으로 남겨준 기록들을 생각해보며 무분별하게 남획되고 외래종이 무분별하게 수용되는 현실 속에서 현재 우리가 추구해야 가치가 ‘생물의 다양성과 보존’임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