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끈 야구영화가 있다.
헐리웃의 미남배우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았던 ‘머니볼’은 미국의 최고 인기스포츠인 메이저리그에서 최하위권을 맴돌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성공담이다.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더욱 몰입하게 한 이 영화는 ‘루저(패배자)’라는 오명을 털어내기 위한 프로야구팀의 혁신과정을 재미와 감동으로 수놓았다.
야구단의 단장을 맡은 ‘빌리 빈(브래드 피트)’의 선수 선발방식은 의외로 단순하다. 경제학을 전공한 보좌관을 오른팔로 오직 ‘머니볼 이론’에 따라 데이터로만 선수를 선발한다. 나이가 많아 퇴출된 선수도 상관없고, 사생활 문란자, 움직이는 부상병동도 관계없다. 오직 데이터에 따라 선수를 적재적소에 기용해 마침내 찬란한 금자탑을 쌓았다.
오클랜드의 성공 스토리가 10년 전 것이라면 현재 메이저리그의 가장 뜨거운 팀은 1998년에 창단한 신생팀 ‘탬파베이 레이스’다. 템파베이는 하위권이 아니라 확실한 꼴찌였다. 일천한 역사, 구단의 투자부족, 협소한 프랜차이즈 등등으로 탬파베이는 현재와 미래가 암울했다. 기존의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탬파베이를 만나면 당연히 승수를 올려야 하는 ‘보약’으로 여겼고 실제 경기결과도 그랬다.
그랬던 탬파베이가 달라졌다. 2008년 창단후 처음으로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는 전 세계 야구팀 가운데 가장 부자구단이자 인기구단인 ‘뉴욕 양키즈’와 ‘보스턴 레즈삭스’가 소속돼 있다. 다른 팀들은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탄식이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높이 솟은 잣나무를 타고 ‘담쟁이넝쿨’같은 탬파베이가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그것도 일시적 돌풍이 아니라 4년 사이 2번이나 우승을 반복하자 이제는 명문구단들도 탬파베이에 한자리를 내주고 있다.
전문가들의 탬파베이의 성공을 ‘소통과 격려’에서 찾는다. 꼴찌를 헤매던 시절 탬파베이의 선장이었던 ‘빈스 나이몰리’는 독선적이었다. A서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자신이 처리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물이었다. 반면 2007년부터 경영을 맡은 ‘스튜어트 스턴버그’는 자신이 꼭 필요한 부분 외에는 절대 간섭하지 않았다. 이런 경영스타일의 변화가 꼴찌 탬파베이를 우승권으로 밀어올렸다. ‘조 매든’ 감독 역시 선수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스타일로 칭찬, 상, 금전 등으로 긍정적 변화를 꾀했다.
템파베이와 오클랜드의 성공스토리에서 꼴찌가 이기는 법을 배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