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여름휴가를 바캉스(Vacance)라고 불러왔다. 피서나 휴양을 뜻하는 프랑스어인데, 그들의 대대적인 여름휴가문화를 대변한다. 6월을 넘어서자 여름휴가 계획을 짜는 직장인들이 분주해 졌다. 장맛비가 그치고 열대야가 시작되는 이달 중순이면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것이다. 산 혹은 바다로 장소를 정하고 함께 할 멤버가 결정이 되면 가장 현안은 비용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직장인 500명과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직장으로 하계휴가계획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올해 여름 휴가비로 1인당 평균 52만9천원을 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금액은 지난해 예상 휴가비 49만8천원보다 6.3% 늘어나 물가상승률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휴가비를 ‘더 많이 쓸 계획’이라는 직장인이 41.6%인 반면 ‘적게 쓸 계획’은 9.7%에 그쳐 씀씀이가 커질 전망이다. 또 누구와 휴가를 보낼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67.8%가 ‘가족과 함께’라고 답해 가족중심의 휴가문화가 정착됐음을 보여주었다.
걱정은 절반이 넘는 51.5%가 ‘7월말~8월초’에 여름휴가를 떠날 계획이어서 이 시기에 떠나는 휴가족은 고생을 각오해야 할 듯싶다. 동해안을 비롯 유명 휴가지를 오가는 도로의 체증은 불을 보듯 훤하고, 휴가지에서의 바가지나 높은 요금 역시 지불해야 휴가를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또 휴가 기간은 ‘3박4일’(37.2%), ‘2박3일’(26.2%), ‘4박5일’(20.5%) 순으로 대부분이 단기 휴가를 계획 중으로 보인다.
벌써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여름휴가를 떠나려는 사람들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고가의 수영복과 물놀이용품, 텐트, 취사도구 등이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고 있단다. 경찰은 휴가철 비상방범 활동에 나섰다. 빈집털이가 기승을 부리고 여름휴가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범죄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10대들의 철없는 행동들이 바캉스 후유증을 유발하는 것도 매년 반복되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러한 때에 개념휴가는 어떨까. 일부 사회단체와 직장인들은 여름휴가를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도 아니면 ‘북캉스’도 괜찮아 보인다. ‘북(book)’과 ‘바캉스(vacance)’의 합성어인 ‘북캉스’는 독서로 휴가를 즐기는 사람을 말한다.
집나가 고생하는 것보다 집안에서 얼음수박을 옆에 놓고 선풍기앞에 앉아 평소 탐내던 책 한권을 읽는 것은 상상만해도 즐겁지 아니한가.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