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헌병이 한국 민간인에게 수갑을 채워 끌고 가는 사건이 평택에서 발생했다. 그동안 미군관련 각종 사건이 빈발했지만 한국 민간인에 대한 미군 공권력의 고의적이고 직접적 무력사용은 없었기에 한국사회가 다시금 경악하고 있다. 미군은 반미여론이 비등할 것을 우려해 신속히 움직였다. 사건관련 진술이 엇갈리고,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셔먼’ 주한미군사령관이 공식사과했다.
미국은 혈맹이다. 1950년 공산화의 벼랑 끝에 섰던 대한민국을 구했고, 현재도 동북아 군사균형을 이루는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수십년에 이르는 미군의 주둔에 따른 각종 범죄는 미군의 긍정적 역할을 넘어 국민감정에 깊은 상처를 낸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실정법과 미군의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다. 우리는 꼭 10년전인 2002년, 주권국가로서 치욕적인 사건을 겪었다. 10대 소녀인 ‘효순이, 미순이’가 미군 탱크에 깔려 죽었으나 우리 경찰은 초동수사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소위 미군의 주둔군 지위를 보장한 한미간 SOFA협정에 따라 범죄 미군에 대한 수사권이 미군에 우선하기 때문이었다. 여론은 들끓었다. 어찌 주권국가인 한국에서, 한국인 피해자가 발생했는데, 힌국 수사기관이 제외될 수 있느냐에 초점이 모아졌다. 반미여론에 긴장한 미군도 SOFA협정의 개정카드를 꺼내들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구체적 성과는 없다. 과거와 현재뿐 아니라 미래에도 이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SOFA의 독소조항 개정이 필수적이다.
미군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 미국 지도자들의 정치적 수사(修辭)를 제외하면 미국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아직까지도 매우 고압적이다. 이 같은 감정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다. 미군부대 주변의 주민들, 카투사로 근무한 한국 청년들의 체험, 외교부 관계자들의 경험, 비밀이 해제돼 공개되는 각종 문건 등에서 확인된다. 만약 미군이 1950년대 초코릿과 분유, 껌을 달라던 한국 사회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긴말이 필요없이 미군의 한국 주둔은 미국측의 필요도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또 주한미군에 대한 한국의 재정부담도 1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부동산 등 유무형 지원을 합하면 엄청난 규모다.
이제 말의 성찬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동등한 한미관계 형성이 필요한 시기다. SOFA는 최소한 독일수준으로 개정돼야 하고 무엇보다 미군의 인식 개선을 위한 미국측의 노력이 절실하다.
이 길만이 양국이 미래에도 동반자로 남을 수 있는 길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