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지사님, 오랜만에 지면으로 인사드립니다. 지사님을 처음 만난게 초선시절인 15대 국회때니까 벌써 18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국회 출입기자 시절, 지사께서는 마침 국회의원 의원회관 1층 정문의 바로 옆방을 사용하시던 터라 오가며 뻔질나게 들리기도 했습니다.
국회에 처음으로 입성하던 지사님의 모습은 구태를 깨는 참신으로 다가왔습니다. 권위의 상징인 검은색 대형차를 마다하고 소형차를 타고 첫 출근하던 모습은 여타 국회의원과는 달랐습니다. 아직도 생생한 것은 회기 중인 어느 날, 정부기관의 간부가 ‘김문수 의원’을 방문했던 일입니다. 그는 정부기관의 부천지역 사무실을 짓기 위해 정부예산을 타내려던 민원을 갖고 있었지요. 그 간부의 손에는 ‘관례’가 들려있었습니다. 민원의 내용과 함께 ‘관례’가 건네지자 지사께서는 이런 취지로 말씀하셨습니다. “민원은 부천지역민의 편의를 위한 것이기도 하기에 적극 나서겠지만, ‘관례’는 내가 받을 이유가 없다”.
워낙 완강한 지사님의 태도에 난감한 표정을 짓던 정부 관계자가 머쓱해 하며 뒤돌아서던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지사님의 정치역정은 남달랐습니다. 구속과 2년6개월의 복역 등을 거친후 노동계 중심의 민중당을 통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으셨지요. 그런데 “혁명시대는 갔다”는 말을 남긴채 여당의 당적을 옮기는 충격적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후 노동과 복지 등을 중심테마로 3선에 걸쳐 열정적인 국회의원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2002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당대표를 역임한 최병렬 의원을 낙마시키는 등의 개혁공천은 ‘정치인 김문수’를 재평가하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지사께서는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기위한 꿈을 펴려고 합니다.
걱정되는 것은 이번 대통령 후보경선을 둘러싼 지사님의 행적에서 과거와 같은 혁명적 결단보다는 구태를 답습하는 모습이 보여 안타깝습니다. 아니 무례를 탓하지 않으신다면, 도지사직 사퇴를 번복과 조건부 경선 불참 의사를 바꾸신 장면에서는 기득권을 놓지 못하는 ‘소심한 김문수’가 보였다고 감히 말할수 있습니다. 나아가 조그만 정치적 이득를 얻기 위해 정치적 계산에 몰두하는 모습은 실망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지금까지 ‘정치인 김문수’를 이룬 추동력은 남다른 결단과 파격(破格)이는데, 정치인의 마지막 꿈이라는 대권을 앞에 두고는 ‘잠시 살기위한’ 길로 들어선게 아닌가 우려도 됩니다. 남은 기간 김문수다운 야성을 보여주시길 기대합니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