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0 (일)

  • 흐림동두천 23.0℃
  • 흐림강릉 20.8℃
  • 서울 27.9℃
  • 구름많음대전 28.0℃
  • 흐림대구 27.6℃
  • 구름많음울산 25.5℃
  • 구름조금광주 28.6℃
  • 구름조금부산 28.2℃
  • 구름조금고창 28.4℃
  • 구름많음제주 29.8℃
  • 흐림강화 26.6℃
  • 구름많음보은 23.2℃
  • 구름많음금산 27.2℃
  • 구름많음강진군 29.6℃
  • 구름많음경주시 26.8℃
  • 맑음거제 28.6℃
기상청 제공

[경기춘추]김미경"다문화가족의 이혼과 조정"

 

결혼이민 여성들의 이혼소송 이유는 남편의 폭력, 문화적 차이와 소통의 어려움 등 부당한 대우를 견디다 못한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떠듬떠듬 한국말로 자신을 변론하기도 하고 이해시키려 노력하지만, 정작 듣는 이들은 정확한 갈등사안을 듣기 보다는 말하는 행간의 뜻을 미뤄 짐작하고 질문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곤 했었다.

지난 법원의 조정은 다문화가족의 해체과정과 관련된 조정이었다. 조정위원 활동을 하며 동남아시아에서 결혼이민을 하게 된 여성들을 여러 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낯선 나라 남편의 폭력, 무능력, 문화적 차이와 소통의 어려움 등 부당한 대우를 견디다 못해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였다. 어떤 경우는 언어의 장벽에 의해 통역을 할 수 있는 자국의 사람을 대동해 혹여라도 언어장벽에서 오는 불이익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은 떠듬떠듬 한국말로 자신을 변론하기도 하고 이해시키려 노력하지만, 정작 듣는 이들은 정확한 갈등사안을 듣기 보다는 말하는 행간의 뜻을 미뤄 짐작하고 질문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곤 했었다. 대체적으로 금전적인 이유에 의해 결혼이민의 과정을 겪게 됐고 개개인의 삶의 애환들이 절절히 묻어나는 사례들이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1년도 한국 남성과 외국 여성의 혼인 건수 2만2천265건으로, 2010년 2만6천274건에 비해 4천9건 감소했다. 전체 혼인 건수는 작년에 비해 15.3% 감소해 왔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이하 상담소)가 지난해 5월 다문화가정 이혼상담 건수는 37.3%나 증가해 다문화가정의 갈등이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나 사회적 관심이 절실함을 알려 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다문화 가정의 인구 추이를 보자면 2005년 4만2천360여명을 고점으로 해서 점점 낮아지고 있기는 하나, 2000년 전후부터 구성돼 온 다문화가족의 고통은 자녀의 성장과 관련해 더욱 깊어지는 과정으로 진입할 수 있어 최근 정부나 지자체에서의 다문화가정의 다양한 지원은 적절한 과정이라 보여진다. 다만 좀 더 다양한 형태의 지원과 가족의 특징에 따른 지원 등이 좀 더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 이번 사례의 경우는 한국인 남성과 7년 연하 중국(한족)여성의 이혼소송과 관련된 조정이었다. 소장대로만 보자면 한국인 남편의 계속되는 폭력, 구타, 생명을 위협하는 도구, 가정에 대한 유기등 못된 남편으로 보였다. 원고와 피고의 의뢰인은 모두 참석했지만 소를 제기한 중국의 아내는 참석하지 않았다. 판사님의 꼭 참석해야 한다는 당부가 있었으나 일하는 곳의 사정상 참석이 어려워 의뢰인에게 위임했다고 했다.

그러나 조정이 시작되고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오히려 한국인 남편이 뭔가 억울하고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강력하게 어필했다. 그러한 사실관계의 내용으로 부부로서 성적관계를 갖거나 남편으로서 대우 받은 일이 거의 없으며, 4년 정도 생활하는 과정에서 밥상을 차려 주지 않아 왔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에 집을 사야 한다는 이유로 수 천 만원이 건너 간 상황이라든가, 6개월 이상 자녀와 함께 중국에 머무르며 나오지 않아 보내줬던 생활비도 1천만원이 훨씬 넘는 금액이었다. 그리고 상대 배우자는 친구의 증언을 공증해 남편이 힘겹게 했다는 물증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꼼짝없이 당했다고 느꼈던 모양이다. 듣고 보니 한족아내가 아니라 한국 남성이 소송을 해도 시원 찮을 것처럼 보였다. 재산분할이나 위자료등 소송의 내용으로 청구했으나 나갈 돈도 없고 명분도 그리 커보이지 않았다. 문제는 한국인 남성이 자녀를 키울 수 없다는 조건 때문에 양육비에 있어서도 그렇고 불이익이 많은 것으로 보였다. 안타까운 모습이었지만 조정하는 과정에서 어찌할 수 없었다.

이번 조정을 하면서 마음도 아프고, 정부차원의 대책도 별로 없어 속상한 마음도 있었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사안들이 많아 질 텐데, 한국인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인데, 정작 당사자들은 뭘 어찌해야 하는지 중국에서 자랄 아이는 어떻게 성장할 지에 걱정이 앞서는 것은 나만의 괜한 노파심일까!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