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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웨스턴 영화를 좋아하는 올드팬들은 지금도 ‘존 웨인’, ‘헨리 폰다’, ‘게리 쿠퍼’ 등의 배우 이름을 기억한다. 권선징악의 깨끗한(?) 결말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가 높았던 영화의 주인공들은 영웅이었다. 수십 명의 악당을 혼자서 처리해야 하는 능력과 태생적인 신사도, 그리고 잘 생긴 얼굴이 이들의 전형이다.

무엇보다 귀신을 곡하게 하는 빠른 총솜씨는 이들 영화의 주인공이 갖춰야 할 기본이다. 또 우리가 눈길이 주인공의 총부리에 쏠려서 그렇지 모자와 목이 긴 장화는 주인공 패션의 필요충분조건이다. 특히 박차가 달린 장화는 카우보이의 전유물에서 강한 남성성의 상징으로 진화했다.

한국인의 생활에서 장화는 레인 부츠(Rain boots)였다. 요즘 같은 장마철, 장화는 요긴했다. 포장도로가 많지 않던 도시에서나, 농사일을 하는 농촌에서 장화는 생활필수품이었다. 플라스틱계열의 화학제품으로 만들어진 장화의 특성상 진흙이 묻거나 뻘에 들어갔다 나와도 그저 물로 씻어내면 그만이었다. 따라서 집집마다 신발장이나 툇마루 한구석에는 검은색 혹은 흰색 위주의 장화가 1~2켤레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랬던 장화가 급격한 도시화에 밀려 농촌 일부를 제외하고는 퇴락했다. 반면 도시에서는 비(雨)에 대비하는 생활용품이 아니라 카우보이들의 장화를 흉내낸 가죽을 재료로 한 장화들이 패션 아이템으로 등장했다. 방수목적이 아닌 패션인 장화는 멋쟁이 여성들의 필수품이 됐고, 종류도 길이에 따라 가장 긴 니하이부츠, 롱부츠, 미들부츠 순으로 분화됐다. 여기에 복사뼈까지 덮는 앵클부츠는 남성용도 인기가 많아 차카부츠로 불리며,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도 애용한다.

가죽 부츠에 밀려 퇴장했던 레인 부츠가 몇 해 전부터 반격의 포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방수라는 기능성에다 가죽 부츠의 패션이 접목되면서 부활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레인 부츠의 가격은 우리가 아는 ‘장화’가 아니다. 다소 낯선 레인 부츠로 명명된 장화는 할인점에서도 최하 2만~3만원을 줘야하며, 마음에 드는 제품을 골랐다하면 가격은 어디서나 5만원대 이상으로 훌쩍 올라선다. “물 건너 왔다”는 고급 수입품은 최하 10만원에서 100만원을 상회하는 상품까지 있으니 우리가 어린시절, 찢어진 우산과 함께 신었던 장화를 생각하고 레인부츠를 구매하려면 낭패보기 십상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일부 지역에서는 레인부츠가 ‘노스페이스 점퍼’와 같은 패션계급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올바른 소비문화가 다시금 절실히 느껴진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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