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은 2년을 주기로 몸살을 앓는다. 올림픽과 월드컵이 2년마다 번갈아가며 지구촌을 들썩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은 다양한 종목에 걸쳐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한 도시에 모여 숙식을 함께하며 기량을 겨룬다. 반면 월드컵은 150개국이 넘는 국가들이 축구라는 단일종목에 다걸기하고, 지역예선을 통과한 32개 국가만이 자웅을 다툰다. 따라서 사람과 계층, 그리고 국가별로 올림픽과 월드컵을 놓고 선호도가 다르지만 두 대회의 공통점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점을 깨우쳐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월드컵은 지역예선을 통과한 소수 국가들만의 잔치다. 물론 예선전부터 이미 참여한 것이라고 강변하면 어쩔 도리가 없지만 그래도 월드컵이 열리는 곳에 올수 있는 32개 국가를 제외한곤 ‘남의 잔치’임에 틀림없다. 각국의 축구광들은 자국 대표팀의 탈락여부와 상관없이 밤잠을 설치며 거리와 TV 앞에서 응원을 한다. 하지만 자국 대표팀이 빠진 월드컵 경기를 지켜보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뭔가 허탈하고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그저 TV에서 전하는 하이라이트만 지켜보든가, 아니면 아예 결과만 모니터링할 뿐 열광하지 않는다. 함께 열광할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다.
그러나 올림픽은 다르다. 종목별로 지역예선이나 기준기록이 존재하지만 워낙 다양한 종목이 열리는 까닭에 전 세계 국가 모두가 참여할 기회를 잡는다. 경기종목 역시 올림픽위원회가 지역별, 국가별 강세종목을 골고루 선택해 소외된 국가가 거의 없이 올림픽에 몰입케 된다. 예를 들어 태국, 말레이시아 등 스포츠 약소국도 족구의 일종인 ‘세팍타크로’에서는 금메달을 놓고 겨누는 초강국으로 변모한다. 경제빈국인 아프리카의 케냐, 에티오피아 등이 육상경기를 휩쓸고 있는 것도 다름 아니다.
또 올림픽에는 월드컵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감동과 인류보편적 우정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 무엇보다 정정당당하게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을 보면 코끝이 찡한 인류애와 감동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엄청난 규모의 연봉을 받는 프로선수들이 갖는 “받은 만큼 뛰겠다”는 잘못된 프로정신은 올림픽에서는 발을 붙이지 못한다. 상대편이 부상을 입은 부위를 알면서도 공격하지 않는 페어플레이, 꼴찌를 해도 완주를 해내고 쓰러지는 아름다운 모습, 말이 통하지 않는 사이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 보내는 벅찬 박수 등이 올림픽에는 있다.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공통점을 가진 올림픽과 월드컵이지만 지향점이 다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주말부터 펼쳐질 런던올림픽에서는 또 어떤 감동이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