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피소됐다. 혐의는 직무유기와 사기혐의다. 고발 주체는 ‘경기도청 광교신도시 이전추진 비상대책위(이하 비대위)’다. 김 지사가 광교신도시를 조성하면서 확정한 경기도청의 신청사 이전건립 계획을 전면 보류한 행위로 직무유기를 했고, 2013년 착공-2016년 완공을 발표해놓고 번복함으로써 광교 입주민들이 시세보다 비싸게 분양받아 6천3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편취하도록 한 사기극을 벌였다는 주장이다. 비대위가 26일 수원지검에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법적 분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기도청의 광교신도시 이전은 지난 2004년 결정됐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2010년에 이어 올 4월 재정난을 이유로 두 차례나 ‘이전 보류’를 발표하면서 결국 이 지경에 이르렀다. ‘명품 광교신도시’ 수사적·입지적 외양에도 불구하고 바닥없는 부동산경기 침체와 가중되는 지방재정난, 여기에 코 앞에 닥친 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적 판단까지 더해진 선택에서 비롯된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더구나 오는 2017년까지 광교입주민 3만1천여 가구가 입주를 앞둔 가운데 현재 30%가까운 8천600가구가 입주, 그렇지 않아도 집값 떨어지는 소리가 뚝뚝 들리는 마당에 ‘이전 효과’를 기대했던 경기도청 이전계획 보류 결정은 불편한 심기를 자극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도 입장은 ‘일시적 보류’일 뿐이지 ‘전면 백지화’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광교신도시로 이전하겠다는 당초 계획이 불변일 뿐더러 신청사 건립에 필요한 재원이 확보되는대로, 재정난의 숨통이 트여지는대로 정상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바꿔 보면 언제든 타협의 여지, ‘불가피한 일정 조정’으로 봉합할 수있는 여지가 남아있다고도 하겠다. 이같은 주변 여건상 ‘사기 분양’의 덫을 씌우는데 지나친 감이 없지 않느냐는 속내도 깔려 있다.
공교롭게도 새누리당 대선 경선주자로 나선 김 지사의 입장에선 26일 하룻동안 ‘불편한 보따리’를 두 개나 떠앉았다. 사기 등 혐의로 고소당했고, 민주통합당이 다수당인 도의회에서는 도정 공백을 앞세워 정치적 십자포화를 퍼부을게 뻔한 이른바 ‘김문수 특위’에 시달려야 하는 곤혹스러운 처지다. 당내에서조차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 과정에서 ‘역공’에 시달리고 있다. ‘박근혜 저격수’를 자처한 김 지사가 연일 공세를 펼치자, 박 전 비대위원장도 “지방선거 때 도지사직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약속을 하고 못 지킨 게 문제”라고 아픈 상처를 건드리고 있는 터다. 한달여의 ‘대선경선 외유’를 끝내고 돌아올 김 지사의 운신 폭이 그다지 커보이지 않아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