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신조는 옳은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매우 긍정적이고 바람직하다. 여기저기 도처에 걷기 도보 트래킹이 인기 있는 종목이 됐다. ‘둘레길’, ‘올레길’, ‘누리길’ 등 어휘적 어감도 다정한 말들이 건강지키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또한 그곳으로 즐겁게 유혹한다.
얼마 전 충청북도 괴산에 위치한 ‘산막이 옛길’을 다녀온 적이 있다. 개발된 지는 4.5년밖에 안 된 올레길. 괴산댐 주변의 산길을 잘 꾸며놓았다. 물론 주변 풍광도 괜찮았다. 성공적이었다는 둘레길, 다수의 탐방객들이 북적이니 인상적이다. 그곳 식당에 들러 여러 가지 정보를 교환하는 중에 이 성공적인 아이디어를 누가 냈는지 질문했다. 그 마을 출신인 군수께서 안(案)을 내 지금까지 성공적이었다며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매우 호평(好評)이었다. 역시 사심(私心) 없는 군민(郡民)을 위한 목민관의 자세라서 좋아 보였다.
과거 그곳은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외딴 지역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주말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그렇게 외진 마을 같지 않다고 했다. 첩첩산중 궁벽(窮僻)한 외딴 마을이 아니며 더욱 주변 땅 시세가 옛날과 달리 많이 올랐다고 했다. 그놈의 땅값 시세는 도시 주변이나 수도권에서만 판을 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역시 이곳에서도 땅 시세라는 용어는 예외 없이 통용어가 돼 있었다. 이러다간 외지인의 투기장화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런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몇 년 전 도시개발과 관련된 뉴스가 오버랩 됐다. 당시 보도에 의하면 어느 지방자치단체장이 사심(私心)이 들어간 정책을 집행해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었다 해도 도의적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몰염치한 경우였다. 자신의 개인적인 이해타산을 먼저 생각해 개발정보를 이용해 자신이 소유한 주변의 땅값을 올려놓았다고 의심을 받은 적이 있었다. 보다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자신의 땅 주변으로 도로를 개설했다는 전형적인 투기형태의 행정집행이었다는 뉴스였다. 요즘 보니 문제의 그 포장된 도로는 철거되고 도시개발회사가 재구획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이는 시민을 위한다는 명분과는 거리가 먼 행정이었다. 세금을 낭비한 것이며 개발지역의 부동산값만 올린 꼴이다.
어찌 이리도 대조적일까? 분명히 지역민들에 의해서 선출된 목민관임에도 세상을 보는 관점의 차이가 이처럼 클까? 자신의 관할에 있는 시민이나 군민을 위한 정책을 통해 선정(善政)을 베풀어야 함에도 염치없이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해 만들어 놓은 개발계획. 그 계획이 발표되고, 주변 일대의 땅값이 몇 배 이상 올랐다. 그리고 공기업의 개발지역으로 확정됐다. 만일 이를 노리고 펼쳤던 정책이라면 허가된 사기(詐欺)가 아닐는지 모르겠다.
위정자(爲政者)나 공복(公僕)인 사람들은 국민 시민 군민의 눈을 두려워할 줄을 알아야 한다. 두려워하는 척만 하고 한 편으로는 철저히 국민 대중들을 얕봐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국민 대중들은 위정자나 공복들을 타당한 이유 없이 폄하하거나 권위를 무너뜨려서도 안 된다. 어쨌든 선정(善政)을 베푸는 목민관의 모습이 더욱 절실히 보고 싶은 이 시대를 살고 있다.
▲1992년 시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평택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