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경기에서 1위를 차지하면 수여되는 금메달은 순금이 아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의 규정에 따라 지름 6cm, 두께 3mm이상으로 순도 92.5%의 은(銀)에 최소 6g이상의 순금을 도금한 것이다. 1~3위에게 금, 은, 동의 메달을 수여하기 시작한 것은 1904년 대회부터다. 1928년부터 2000년까지는 이탈리아의 유명 예술가인 ‘주세페 카시올리’가 디자인한 로마 원형경기장이 앞면을 차지하고 뒷면은 우승자나 개최도시를 상징하는 로고가 새겨졌다. 2004년이 돼서야 올림픽의 발상지인 그리스를 기념하기 위해 ‘엘레나 보스티’가 디자인한 근대올림픽 개최지 파나티나이코를 배경으로 승리의 여신 니케의 모습이 메달 앞면에 들어갔다.
여하튼 현재 열리고 있는 ‘2012년 런던올림픽’의 금메달이 역대 올림픽을 통털어 가장 비싸다고 한다. 총중량 410g중 6g이 금이고 나머지는 은과 구리의 혼합물인데 가격은 역대 최고인 706달러(약 80만원) 전후로 알려졌다. 하지만 80만원의 가격이 어디 4년간 피땀으로 준비한 선수들의 열정과 노력의 가치만 하겠는가.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젊음을 저당 잡히고, 선수촌과 연습장에서 뿌린 그들의 눈물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푼돈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명예와 함께 각종 포상금과 남자 선수의 경우 병역혜택이라는 특혜가 주어진다. 하지만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목에 건 선수는 마치 죄인이 된 듯 시상대에서 눈물을 뿌리며 고개를 숙인다. 그래도 은메달과 동메달은 최소한의 지원금과 포상이 주어져 그간의 고생을 어느 점 보상받는다고 치자. 예선전에서 탈락하거나 메달권에서 벗어난 선수들은 아예 이름이 거론될 기회조차 박탈당한다. 4년의 땀과 눈물을 계량할 때 오히려 더 많은 수치를 기록할 선수들도 그저 성적제일주의에 밀려 언론과 국민들에게 외면당한다.
올림픽에는 금메달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 이미 모든 선수들이 통과한 종착지점을 향해 어둑한 길을 쩔뚝이며 다리를 끄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손목 인대가 끊어질 정도로 최선을 다한 후 부당한 판정을 받고도 묵묵히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도 있다. 8척 장신의 미끈한 선수들 틈에서 개구리 수영으로 완주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갈비뼈가 부러져도 시합을 포기하지 않는 선수도 있다.
이런 선수들을 보면 금메달 이상의 그 무엇이 올림픽에는 있다는 생각에 코끝이 찡해 온다. 그것은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순수와 감동이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