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의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도 뒤늦게 가뭄에 뒤이은 폭염 피해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부랴부랴 폭염대책회의를 갖고 ‘폭염대비 종합대책’을 내놨다. 취약층인 노인·농민·건설근로자 등의 폭염 알리미서비스와 경로당·읍면동사무소 등의 무더위쉼터 운영관리 강화, 폭염특보 발령시 무더위 휴식시간제 운영, 독거노인 대상의 재난도우미제 운영, 폭염특수구급대 운영 등이 골자다. 뾰족하게 새로울 것도 없고 썩 와닿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이렇게 일 잘하고 있으니 봐달라는 정도의 ‘생색용 대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작 폭염 피해의 사각지대는 따로 있다. 궁핍한 살림에 마땅한 수단을 찾기가 쉽지 않은 쪽방촌 사람들이나 독거노인들이다. 한시적이나마 무한돌봄 서비스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다. 별 탈은 없는지 돌아보고 점검해야할 때다. 양축농가들도 울상이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양계농가는 ‘무더위와의 전쟁’ 수준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연폐사로 인한 고정적 손실이 적지않은 판에 이른바 ‘집단 폐계(廢鷄)’ 발생이 급격히 늘어났다. 본보가 경기도내의 일부 양계농가를 점검해봤더니 하루 100마리 이상씩 ‘폭염 폐사’로 인해 버려지고 있다고 한다. 태풍 ‘카눈’이 소멸된 뒤 본격 무더위가 계속된 지난 24일 안성의 한 양계 시육장의 경우 하루 동안에만 1천여마리가 집단 폐사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지방자치단체 등에 보고된 집단폐사 현황은 전무하다. 스트레스성 폐사와 여름철 더위로 인해 발생하는 통상의 자연폐사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양계농가의 자발적 신고도 없지만, 굳이 현황조사에 나설 이유도 없다는 항변이다. 정말 그럴까. 탁상행정에 익숙한 면피성 대응이 묻어난다. 더구나 농림수산식품부가 이달 중순 중국·홍콩 등 동남아지역과 멕시코 등 중남미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 경보’를 내렸음에도 이 정도의 무관심과 안일함이라면 좀 심각하다.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상시 예찰을 강화토록 했음에도 긴장하는 구석이 없다. 지난해 전국을, 특히 경기도를 휩쓸었던 ‘구제역 생고생’을 벌써 잊었나.
바로 여기에 허점이 도사리고 있다. 위, 아래가 다르고 행정당국과 현장의 괴리도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양계농가들이 왜 신고를 꺼릴까. 대량의 가축폐사 발생시 당장 역학조사나 방역활동 등은 물론이거니와 한시적이나마 출하제한, 자칫 소문이라도 나면 생계위협의 직격탄도 피할 수 없기에 기피할 수밖에 없다. 꺼진 불도 다시 보라고 했다. 현장에 정책이 있고 답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