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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춘추]강준의"소통을 위하여"

 

말은 많은데 진실한 의미가 담겨있지 않고, 웅변은 화려한데 설득력이 없고, 토론은 많은데 시원한 해답이 없고, 약속은 많은데 끝내 신뢰성을 찾기 힘든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다. 결국 이러한 것들은 소통의 부재로 이어져 엄청난 기회비용을 소모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소통의 근본적인 문제는 개인과 개인에 숨겨진 이기적인 계산, 개인과 집단 간에 이해의 상충으로 인한 갈등의 벽이 사라지지 않는 한 화려한 웅변도, 기지에 찬 설득도, 정의로운 부르짖음도 허공을 향한 메아리에 불과해 서로의 가슴에 응어리진 감정을 풀 수 없을 것이고, 애정에 찬 신뢰도 회복하기 힘들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어지러운 현실을 살아가는데 다시없이 귀중한 보배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마음은 깊고 미묘해서 진심에서 우러 나오지 않으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없다. 피터 드러커 박사에 의하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자기 표현력이며, 현대의 경영이나 관리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좌우된다”라고 했다. 아울러 언어가 그 본래의 기능인 의사소통의 방도가 되지 못하는 또 다른 원인은 대화의 일방적 횡포에도 있다.

국어사전에는 ‘소통’을 “생각하는 바가 서로 통함”이라고 설명한다. 영어의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은 서로의 의사가 통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통(通)하다’이다. 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서로 통한다”는 것은 단지 말과 생각만이 아니고 정서와 느낌, 취향과 행동양식 등을 모두 포함한다. 그러므로 ‘통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해도 즐겁고 신이 난다. ‘통하지 않는 사람’들은 아무리 훌륭한 명분과 대가가 있다 해도 즐겁거나 신나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각 분야가 서구문명의 영향을 받아 발전을 이룩하면서도 개인 간에 또는 개인과 집단 간에 냉정하고 합리적인 토론의 훈련을 쌓아 오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소통을 거부하는 사회가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 크다. 당장은 자기에게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공동체 모두에게 고통을 가중시킨다. 시와 비를 이성적 토론을 거쳐 가려내고 찬반의 뜻을 외부의 요인에 구애받지 않고 양심에 따라 표할 수 있으면서도 나와 다른 뜻을 가진 사람의 의사를 존중할 수 있는 풍토가 없다. 그래서 나와 뜻이 다르면 적이 되는 극심한 흑백 논리가 만연하기에 이르고 그 결과 한편에서는 일방적인 훈계나 지시, 또 다른 쪽에서는 인민재판식으로 집단 성토하는 풍토가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편견과 자만심으로 가득한 오늘의 일방적 소통에 대한 풍토 속에서 갖는 겉치레와 편견의 늪을 헤치고 진실의 알맹이를 헤아릴 수 있는 비판력을 기르는 일은 참으로 중요한 일이다. 아울러 남의 눈속에 티끌뿐 아니라 내 눈 속의 대들보도 볼 수 있는 균형 잡힌 비판적 안목이 필요하다. 요즘 존경할만한 어른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어느 누구도 양 극단을 이어주지 못한다. 어느 한 편을 지지해야 한다 하더라도 다른 한 편의 이야기를 듣고 대화해 설득하고 조정해 나갈 수 있는 조정의 리더십이 절실히 요청된다. 개인 간의 소통부재도 고통을 주지만 사회적 소통의 부재는 구성원의 연대를 허물고 집단이기주의에 매몰돼 공동의 목표설정을 불가능하게 한다. 물론 오늘날과 같은 포스트모던 시대에 단일한 목표, 단일한 담론을 모든 구성원이 동의해야 한다는 것도 일종의 폭력일 수 있다. 다양한 가치와 질서가 공존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개진해나가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서로의 의견이 다르다는 것은 어쩌면 정상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판단력이 집단적 신경증세의 분위기에 묻혀서도 안 될 것이고 자아도취적 감상주의자나 냉소적인 비관주의자가 돼서도 안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을 위하는 듯 하지만 궁극에는 자신의 방식으로 소통하기를 원하게 마련이다. 일찍이 장자(壯子)는 우리에게 타인을 타인으로 인정할 때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가르쳐 줬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기만의 생각을 버림으로써 타인을 이해하는 미덕을 발휘하려고 할 때 이뤄짐과 아울러 소통하려고 하는 건강한 정신적 바탕 위에서 인간과 인간이 서로 사랑에 의해 결속되고 편견과 아집이 아닌 사랑과 우애의 인간적 연대감이 형성된다는 것을 인식할 때 소통하려는 각자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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