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은 부패한 신본(神本)주의에 눌려 인간이 숨쉬기 힘든 세상이었다. 이때 인본주의적 가치를 깨닫고 ‘인간다운 삶’을 추구한 것이 르네상스(Renaissance)였다고 요약된다. 인류사에 끼친 영향을 감안하면 ‘문예부흥’으로 번역되는 우리말 표현이 많이 미흡하다는 느낌이다. 이러한 르네상스와 요즘 대세인 모바일(Mobile)이 만나 ‘모네상스’라는 신조어로 탄생했다.
모네상스는 그동안 모바일의 발전이 기계중심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인간이 소외됐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무엇보다 과거 산업혁명이후 문명발달이 그래왔듯 모바일 역시 인간에서 멀어져서는 존재할 수 없다는 자각이 깔려있기도 하다.
우리와 가장 친숙한 휴대폰만 살펴도 그렇다. 빠르고 다양한 콘텐츠, 그리고 고기능이 접목돼 시대의 총아로 불리고 있지만 노인들이나 일부 계층에서는 ‘너무 복잡한’ 기계보다 ‘사용이 편한’ 휴대폰을 요구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속도, 기능, 다양성 등 기계중심으로 계속된 업그레이드가 일부 인간들에게는 불편하고 혼란스런 낙후성을 나타낸 것이다.
‘모네상스’의 기계는 좀 다르다. 방대한 기본 자료는 작은 기계 속에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화된 클라우드에 넣어두기에 기계는 작고 가벼워 휴대성이 더욱 강화됐다. 또 휴대폰이나 테블릿PC 등은 심박동 등의 건강상태를 측정해 원격으로 의사의 진료를 가능케 하는 기능으로 진화해 인간과 친근감을 확보했다.
현대인들은 좋든 싫든 기술의 발달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즉 모바일이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늘 누군가와 연결돼 작용과 반작용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인간에게 신과의 관계만이 강조되고 신의 대리인인 사제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면 이제는 기술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모네상스시대를 ‘라이프 3.0’으로 부르기도 한다. ‘라이프 1.0’과 ‘라이프 2.0’의 시대가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하거나 웰빙의 시대였다면 ‘라이프 3.0’의 시대는 관계와 교감의 시대라고 정의하는데 매우 공감되는 분석이다.
여하튼 모네상스시대는 부인할 수 없는 우리시대의 이름이다. 지구촌의 거대담론이 어떻게 변화하고, 또 어떤 경천동지할 기술의 개발이 이루어질지 모르나 현재 우리는 기술을 매개로 관계맺고 교감하며 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군림하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기계가 반갑다.
/김진호 편집이사·인천편집경영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