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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서영학"성폭력 없는 세상, 관심이 희망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여겨졌던 성폭력이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사회적 논의와 더불어 제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짧은 기간 우리는 성폭력 방지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만들어냈고, 아직도 수많은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그 결과 1994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이는 피해자 보호에 노력해 온 민간단체의 노력이 크다. 그러나 민간단체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사건은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일상에서 우리 사회가 가진 성폭력 방지에 대한 민감성은 여전히 부족하다.

성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폭력, 그 이상의 문제를 담고 있다.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 폭력에 대한 관용적 문화가 이미 우리의 인식과 문화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으며, 폭력적 게임과 음란물이 난무하는 환경 속에서 대물림되고 있다.

정부는 2008년 ‘아동과 여성의 안전을 위한 종합대책’으로 성폭력범죄의 법정형을 대폭 상향했다.

범죄 예방과 검거를 위해 CCTV를 확대하고 모니터링해 현장의 경찰과 즉시 연계할 통합관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아동여성안전 지역연대’, ‘아동안전지킴이’, 피해자 지원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통합지원센터를 전국에 31개소로 확대하였다. 그리고 성범죄자 신상정보 인터넷 공개, 전자위치추적, 성충동 억제 약물치료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제는 이러한 제도들을 운영하는 방식과 인식을 돌아볼 때이다. 제도 운영의 세부적인 곳까지 꼼꼼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인력과 예산의 제약 속에서도 제도가 잘 작동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부족한 부분을 다른 제도와 연계하여 보완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첫 번째 것이다.

성폭력 없는 세상을 위해 필요한 두 번째는 교육이다. 현재도 학교, 청소년성문화센터 등에서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정부는 학년 단계별 교육 자료를 개발하고, 이동형 청소년성문화센터를 통해 도서벽지의 소외 아동까지 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부모용 예방교육 자료를 만드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교육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은 여전하다. 교육이 형식적이라는 것인데 틀린 지적이 아니다. 성폭력 예방교육은 단지 무엇을 조심하고 피해야 한다는 내용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보다는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에서부터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권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현재 여성가족부가 일부 교육청을 통해 시범운영하고 있는 ‘성인지적 인권 통합교육’을 더욱 체계화하고 전국의 학교 등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교에서의 교육이 가정에서도 일관되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학교와 가정 간 소통을 긴밀히 해야 한다. 교사와 부모들의 더욱 세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예방교육의 효과는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 음란물에의 노출 정도가 유사한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어떤 아이는 행동으로 옮기는 모방범죄를 저지르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절제를 한다. 학교와 가정, 생활 속에서의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커뮤니티가 가능한 공동체가 회복되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속에서 교육과 보호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CCTV를 설치하지 않아도 지역의 많은 어른이 아이들의 보호자이고 지킴이었던 소규모 공동체가 전국 곳곳에서 되살아나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도, 가정도, 정부정책도 모두 그러한 공동체 속에서 자연스럽게 연계되어야 한다. 도시규모와 여건에 따라 공동체회복 방안과 실현가능성이 다르겠으나 그러한 노력 없이 모든 것을 제도로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최근 통영 초등생 살해사건에서 보듯, 우리 사회는 성폭력이라는 거대한 사회문제 속에 있다. 성폭력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정부 관계자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턱 막혀 온다.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러한 가슴 막히는 답답함을 느낀 후에 어느덧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넘기기 경우가 많다. 성폭력은 특정인이나 특정 가정에 예고하고 찾아오지 않는다. 생활 속에서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성폭력 없는 세상, 관심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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