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상아탑’이라고도 하지만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우골탑’이라고도 불렀다. 가난한 농촌에서 자식을 대학에 보내려면 비싼 등록금 때문에 조상들이 물려준 문전옥답을 팔고 또 가족이나 다름없이 아끼는 소까지 팔아야 된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들을 대학에 보내 공부시키는 것은 부모들의 뼛골이 빠지는 일이다. 특히 등록금 납부일이 다가오면 이 땅의 모든 학부모들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기 마련이다. 요즘처럼 극심한 불경기에 가정경제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는 악성 사채까지 이용하게 된다.
그런데 본보 보도(8일자 1면)에 의하면 도내 주요 대학들이 등록금의 카드결제를 거부하고 있어 서민경제에 큰 압박을 주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경희대와 강남대, 한국외대, 아주대, 한양대, 경기대, 수원대 등 대학들은 등록금 카드결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도내 65개 2년제 및 4년제 대학의 84%인 54개 대학에서 등록금의 신용카드 결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전국적으로도 비슷하다. 사이버대학 등을 포함한 전국 410여개 대학 가운데 올 2학기 등록금을 카드로 받는 대학은 108곳(26.3%)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들 대학이 등록금 신용카드 결제를 꺼리는 이유는 뻔하다. 등록금의 1~1.5%를 카드사에 수수료로 줘야하는 부담을 피하기 위함이다. 큰 대학의 경우 연간 수천억원의 등록금을 카드로 받으면 수수료로 수십억원을 내야 한다. 한 대학교 관계자는 “학교는 학부모와 학생이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결제할 경우 발생하게 되는 수수료까지 감안해서 1년 예산을 책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신용카드 결제에 따른 수수료 추가분은 학교 예산 증가로 이어져 결국 등록금 인상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서민 학부모들은 한 학기에 400~500만원이나 되는 등록금을 한꺼번에 내기 어렵다. 따라서 학업을 중단하거나 높은 이자를 감수하고라도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등록금을 카드 할부로 납부해도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대학교는 등록금 지급 수단까지 제한해서는 안 된다. 오죽하면 카드할부로 결제하랴.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등록금 마감일까지 돈을 마련하러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다가 할 수 없이 수수료가 만만치 않은 카드를 사용하게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등록금을 대폭 인하하거나 선진국의 대학들처럼 12개월 무이자 분할 납부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