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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칼럼]우종규"생명공학과 채소 품종 육성"

 

요즈음은 무한 경쟁의 시대이다. 농업도 이제는 예외가 아니다. 특히 최근 확대되고 있는 외국과의 WTO 협약 체결 등으로 농업도 이미 그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뛰어들어 있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의 농업이 살아남고 더 나아가 세계로 진출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중에서 우수한 채소 품종을 만들어 기상이변에 대비하고 소비자를 만족시키며 수출을 확대시키는 것도 경쟁력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품종 육성은 주로 현재 재배하고 있는 품종의 한두 결점들을 보완한 품종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이 수박은 맛은 단데 병에 좀 약해’라고 할 때 맛이 단 것은 이 수박 품종의 장점이고 병에 약한 것은 결점이라고 할 수 있다. 품종 육성은 이 수박의 단맛은 그대로 두고 병에 강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달다’, ‘약하다’, ‘강하다’ 하는 것을 특성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특성들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유전자이다. 즉 품종 육성은 현재 재배되고 있는 어떤 품종에서 결점인 특성, 즉 유전자를 빼내고 그 자리에 좋은 유전자를 집어넣는 것으로 목걸이에 비유하자면 실에 꿰어져 있는 많은 구슬(유전자)들 중에 필요하지 않은 구슬(결점인 유전자) 하나를 빼내고 그 자리에 좋은 구슬(좋은 유전자) 하나를 집어넣는 것이다. 목걸이가 아주 많은 구슬이 줄줄이 이어져 있는 것처럼 식물체 내에도 수많은 유전자들이 일렬로 줄줄이 연결되어 이어져 있다. 다만 목걸이는 양끝이 서로 연결돼 동그랗게 원을 만들지만 식물체에서는 양끝이 연결돼 있지 않다. 목걸이에서 구슬 하나를 교환하기 위해서는 눈으로 필요하지 않은 구슬을 보고 집게나 손가락으로 그것을 빼내고 그 자리에 필요한 것을 집어넣은 뒤 연결하면 된다. 그러나 식물체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유전자를 빼내는 방법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어떤 수박 품종의 결점인 병에 약한 (이병성) 유전자를 병에 강한 (내병성) 유전자로 교환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품종에는 내병성 유전자가 없기 때문에 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 다른 품종에서 가져와야 하는데 꽃가루를 이용한 교배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문제는 교배할 때 필요한 유전자만 달랑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내병성 유전자의 앞뒤로 줄줄이 꿰어져 있는 원하지 않는 수많은 다른 유전자들도 같이 따라 온다. 필요한 것은 단지 내병성 유전자뿐이므로 같이 따라온 수많은 다른 유전자들을 다 제거해야 하는데 제거하는 방법 또한 교배이다. 여기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내병성 유전자가 성공적으로 도입이 돼는지의 여부는 그 후손들을 병원균에 접종한 후 하나씩 확인하는 방법 밖에 없다. 이때 환경이나 식물체의 생육정도 그리고 판별하는 사람의 경험 등에 따라 그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만일 내병성이 아닌데 내병성이라고 하면 지금까지의 노력과 경비가 쓸모없게 돼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힘든 작업을 간편하고 신속하며 정확히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분자표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내병성 유전자와 이병성 유전자의 차이는 구성하고 있는 일부 DNA가 다르기 때문에 이 다른 부분을 이용해 내병성 유전자인지 이병성 유전자인지 실험실에서 판별하도록 고안된 것이 바로 분자표지 또는 DNA 표지라고 한다. 분자표지와 식물체의 유전자와의 관계는 열쇠와 자물쇠의 관계와 같아 서로 맞아야만 작동을 한다. 그러므로 내병성 분자표지는 내병성 유전자만 정확히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분자표지를 이용하면 식물체의 잎 등 1g 내외의 조직만 있어도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유전자의 존재 유무를 판별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분자표지를 이용하면 병원균접종, 생육환경 등의 제약 조건이나 식물체의 손상 없이 짧은 시간에 손쉽게 내병성 유전자가 들어있는 식물체를 판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맛도 달고, 병에도 강하며 모양도 좋은 것을 고르기 위해서는 수박 과실이 달리도록 기다렸다가 맛을 본 후에 병을 접종하거나 병을 접종한 후에 살아남은 것을 키워 과실의 모양과 당도를 검사해야 한다. 그런데 이 세 가지 특성을 판별할 수 있는 분자표지가 개발돼 있으면 식물체가 아주 어릴 때 조직을 손톱만큼 떼어서 DNA를 뽑아 이 세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식물체를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게 된다.

현재 많은 유전자를 판별할 수 있는 분자표지가 개발돼 있고 또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분자표지를 이용한다면 앞으로의 채소품종 육성은 매우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시간과 경비를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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