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했다. 물론 소설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인 장발장은 한 가톨릭 사제의 자비심으로 선악에 눈뜨게 되고, 사회에 항거해 가면서 고민하다가 점차 순화되고, 성화(聖化)되어 죽음에 이르러서 비로소 완전한 자유를 찾게 된다.
그러나 이게 과연 소설속의 이야기일 뿐일까? 우리나라에도 ‘무전유죄(無錢有罪) 유전무죄(有錢無罪)’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1988년 10월 8일,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탈주범 지강헌이 인질극을 벌이다가 한 말이다.
‘돈이 있는 자는 큰 죄를 지어도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을 하지만 돈이 없는 자들은 조그만 죄를 지어도 큰 죄인으로 몰리기도 한다.’는 뜻으로 지금도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지난 12일 연합뉴스는 ‘금융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처벌이 미약하기 때문’이라는 기사를 올렸다. 금융업계 전반에 ‘처벌 불이익보다 위반 이익이 훨씬 크다’는 인식이 만연해졌다는 점도 지적했다.
연합뉴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곁들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이기웅 간사의 말은 바로 우리 국민들의 소리다. “동네 제과점에서 빵 하나를 훔쳐도 수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이에 비하면 금융범죄의 처벌 수위는 매우 낮다”고 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도 금융범죄는 대부분 면밀한 계획에 따라 자행되며 일반범죄보다 죄질이 나쁘다고 목소릴 높인다. 지난해 금감원에서는 4대 서민 금융범죄에 대해 집중단속에 들어간다고 밝힌바 있다. 4대 서민금융범죄 중의 하나로 ‘테마주 선동’이라는 게 있다. 투자자들에게 허위사실을 유포해 증권시장을 움직이는 금융범죄다. 허위사실에 속아 투자하다가 크게 손해 보는 서민 개미투자자들이 많다. 또 대부업체 대출사기는 법정이자율을 위반하거나 대출을 하려면 돈을 선입금하라고 한 뒤 잠적하는 등의 사기다.
지난해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또 어떤가?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이 불법임에도 제멋대로 대출을 해주고, 리베이트로 비자금을 조성했다. 불법행위를 감시해야할 금융당국자와 정치인까지 매수하는 엄청난 비리를 저질렀다. 대통령의 친인척까지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됐을 정도다. 경기 악화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금융범죄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 경제범을 사형에 처하는 중국법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시는 같은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